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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파파 Jul 06. 2024

비 내릴 때 할 만한 것들, 생각나는 것들

보통 새벽 3시 30분 또는 4시 정각에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는데, 지난주부터 일어나자마자 유튜브 영상을 확인합니다. 원래는 없던 습관이고 절대 하면 안 되겠다 생각하는 습관이지만 지난주부터 작정하고 새벽 유튜브를 가장 먼저 확인하는데요. 그 이유는 방금 업로드된  2024 투르 드 프랑스 하이라이트 영상과 경기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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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투르 드 프랑스는 매 스테이지마다 감동이 있고 서사가 잘 짜인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대 최고의 라이벌 구도 덕분이기도 하지만 넷플릭스 다큐 시리즈 덕분에 그 이야기에 더 빠져들고 의미를 두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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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 3에서는 아프리카 출신 스프린터로는 최초로 기르마이 선수가 우승을 했습니다. 아프리카 출신뿐만 아니라 흑인 선수가 스테이지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며 포효하는 장면 자체가 왠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집니다. 사이클 투어 레이스는 백인들의 독무대와 같았는데 더 다양한 출신의 선수들이 자신만의 스토리를 써나가는 모습이 좋습니다. 기르마이는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국가인 에리트레아 출신입니다. 에리트레아라는 나라에 대해 저는 굉장히 부정적인 뉴스 이야기로 먼저 접했기 때문에 이런 사이클리스트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처음엔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https://youtu.be/XO1t8z2EUQ4?si=Y0sKPuA753CrFv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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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우승을 노리는 선수들의 경쟁이 기대되었던 산악 코스 스테이지 4에서는 타데이 포가차 선수가 요나스 빙에고르를 따돌리며 스테이지 우승과 함께 종합 1위로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https://youtu.be/AI4nBXzhO60?si=-dYQgqRJ8c5JEA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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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 5 또한 기가 막힌 스토리의 연속입니다. 역대 투르 드 프랑스 최다 스테이지 우승 타이기록인 34승을 보유하고 있던 마크 카벤디쉬. 작년 35승에 도전하려 했지만 어이없는 낙차사고로 중도에 낙마하고 말았는데요. 커리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던 작년 투르였는데 은퇴를 번복하고 올해 투르에 다시 출전. 드디어 35승을 달성하며 역대 최다승을 기록한 최고의 스프린터임을 증명했습니다.

https://youtu.be/vqHnSqEFghU?si=KjUFreelM-NbMT6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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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 6에서는 투르의 빌런(?)으로 등극한 야스퍼 필립센을 제치고 호르너베겐이 첫 우승을 차지합니다. 야스퍼는 2위로 통과했지만 스프린팅 과정에서 와웃 반 아트를 밀어내고 진로를 방해한 내용으로 순위 강등 처리되었습니다. 넷플릭스 다큐 시즌 2에도 나왔던 것처럼 작년 투르에서도 와웃의 진로를 방해하며 우승했었는데, 이번에는 무사히 넘기질 못했네요.

https://youtu.be/cBY-Kp5gGY4?si=eMBif3HVqhEH3v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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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첫 타임트라이얼 코스인 스테이지 7입니다. 모두의 기대를 받았던 벨기에의 젊은 별, 렘코 에베네풀이 투르 스테이지 첫 우승을 하며 역시 타임 트라이얼 스페셜리스트임을 스스로 증명합니다

https://youtu.be/yzZ1blTTisE?si=qbm5anvA4LiwKnh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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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스테이지마다 극적인 스토리와 감동의 서사가 이어지는 올해 투르 드 프랑스입니다. 최종 우승은 누가 차지할지, 경기마다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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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내려 집에서 실내 사이클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지난주부터 동일한 워크아웃을 훈련하며 당분간 훈련 결과를 자료 관리할 계획입니다. 평일 새벽 메인(60분 이상 버닝) 워크아웃은 <Time Trial> 프로그램이고, 회복 워크아웃은 <Lionel Sanders Yellow Day Workout> 프로그램입니다. 메인은 73분, 회복은 55분 워크아웃으로 평일 새벽에 하기에 시간과 체력에서 큰 부담이 없습니다. 메인의 경우 훈련 강도가 지나치게 높지 않기 때문에 이른 새벽 시간에 혼자서 진행해도 낙오될 가능성이 낮으면서 적당히 훈련이 되고, 또한 이어지는 러닝 훈련과의 연계에도 무리 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선택했습니다. 동일 워크아웃에 대해 날짜별 파워/케이던스/심박수 등을 기록해서 여름~가을 시즌 동안 추이를 기록해 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주말이라 운동 전 밀크 초콜릿과 카페인을 섭취했던 덕분인지 똑같은 프로그램을 했던 목요일보다 수월했습니다. 사이클 훈련 직후 이어진 런 또한 대회 목표 페이스까지 올리는 과정이 더 편한 느낌이었습니다. 비 내리는 날에도 실내에서 이렇게 땀 흘리며 운동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어지는 런에서는 밖에 나가 부슬부슬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달리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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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릴 때 저희 집 아이가 매번 생각난다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작년 다낭 여행 때의 일인데, 일주일 동안의 일정 중 하루는 저녁에 비바람이 심하여 밖에 나가지 못했던 날이 있었습니다. 늦은 저녁 시간이었고 저희는 아이와 함께 했던 여행이라 크게 낙담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하루라도 더 밖에 나가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고 우리 부부는 아쉬워했는데요. 의외로 아이는 그때 비바람이 심해 숙소 테라스에서 엄마와 함께 책을 읽었던 그 시간이 가장 즐거웠고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어른의 생각과 아이의 생각은 이처럼 다릅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거창하고 대단한 걸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이의 마음속에 행복한 시간으로 남는 것은 일상으로 이어지는 생활에서 경험하는 것들입니다. 뭔가 크게 돈을 들이는 것보다 아이와 함께 할 때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기분 좋은 태도와 말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습니다. 여행에서뿐만 아니라 매일 일상에서도 항상 이것을 마음에 둬야겠습니다. 아이와 함께 할 다음 여행이 기대됩니다. 가족이 함께 할 오늘과 내일의 일상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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