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쇼팽 그리고 달리기
새벽 달리기는 가끔 쉬어갈 때도 있지만 저녁 퇴근 조깅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차를 몰고 다니기엔 한강 대로의 출퇴근 교통 상황은 최악이고, 승객이 빽빽한 지하철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무실에서 허겁지겁 달릴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일터와 집이 최단거리 기준으로는 3.5km로 자동차나 지하철보다 집까지 더 빠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강공원 산책로로 돌아가는 길은 6.5km 정도인데, 가끔 15분 정도만 더 투자해서 퇴근 러닝을 더 길게 즐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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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 때는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비가 내려도 섭씨 23도를 웃도는 날씨이기 때문에 우중주 조깅을 하기에는 딱 좋습니다. 러닝복과 양말, 신발이 흠뻑 젖었지만 기분 좋게 달렸습니다. 평소 달릴 때에는 이어폰으로 유튜브 지식/교양 영상을 소리로만 들으며 달리는데 어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님의 쇼팽을 들으며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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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아내랑 아이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빗길 속에서 운전을 하며 귀가하는데 아이가 대뜸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듣자고 했습니다. 아내와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곡을 어떻게 알아?”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들려줬다고 합니다. 아마 장마철이 시작되며 비 내리는 어느 날,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들려줬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내와 저는 역시 그래도 누리과정이 꽤 좋은 것 같다며 얘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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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뮤직 앱으로 검색하여 비교하며 들려줬습니다. 키신이 좋은지 조성진이 좋은지. 아이는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쇼팽이 더 좋다고 합니다. 이유는 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는 귀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할 말이 없습니다. 아이가 좋다니 저도 좋습니다. 퇴근 러닝을 하며 피아니스트 조성진 님의 쇼팽을 들으며 달렸습니다. 빗물에 옷이 젖어 몸에 달라붙고 축축한 양말은 제 발바닥과 신발 사이에서 제멋대로 움직이지만, 음악을 들으며 달리는 이 시간, 제 기분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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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pCx5g4FnAXU?si=mDYijBuSbdicrr-F
오늘 새벽에는 3시 30분에 일어나 70분 즈위프트 실내 사이클 운동을 하고, 이어서 35분가량 가볍게 한강변을 달렸습니다. 아침 수영 역시 빼먹을 수 없는 매일 일상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이번 여름 처음으로 혼자 거실에서 사이클 타면서 에어컨을 작동시키는 사치를 부렸습니다. 똑같은 타임트라이얼 워크아웃인데 땀도 흘리지 않고 훨씬 수월하게 페달을 돌리고 파워가 나왔습니다. 워크아웃 중간에 목표 파워를 두 번이나 올렸습니다. 평균 파워는 이전보다 더 높았는데 심장박동 수는 훨씬 낮았습니다. 역시 기온과 체온 차이에 따라 몸 상태는 완전히 다르네요. 어제저녁에 이어 오늘도 기분 좋은 새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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