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 3종 아이언맨 구례 04
평일 새벽에는 집에서 가까운 트랙인 반포종합운동장 트랙을 달립니다. 새벽 이른 시간인 5시 전후 트랙에 도착해 달리기를 시작하는데요. 하늘에 있는 별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시간이지만 아직 해는 뜨지 않아 어둑어둑한 때입니다. 항상 그 시간에 달리는 분들이 몇 분 있습니다. 가수 션 님도 그중 한 분입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뵐 수 있는데, 러닝을 하는 분들에게는 워낙 유명한 분이고 대회와 행사에 자주 뵙기 때문에 연예인이지만 묘하게 친근함이 느껴집니다. 반포 트랙을 달리는 분들은 종종 션 님과 인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
오늘도 새벽 이른 시간, 트랙에 도착했는데 축구선수 이영표 님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션 님도 도착해서 함께 인터뷰를 하고 준비운동 과정과 트랙을 가볍게 뛰는 모습 등 촬영을 했습니다. ‘오늘 방송 촬영이 있나 보다.’ 생각하고 트랙의 러너들은 제각각 묵묵히 달렸는데요. 오늘의 프로그램인 90분 달리기를 마칠 때쯤 촬영 스텝 중 한 분이 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당황스러웠지만 이것도 나름 재미있는 것 같고, 션 님, 이영표 님과 친분이 전혀 없음에도 새벽마다 뛰다 보니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인터뷰를 했습니다.
“여기 반포 트랙에서 자주 달리시나요?”, “션 님과 이영표 님을 자주 봤나요?”, “저분들 지금 왜 연습하고 있는지 혹시 알고 계시나요?”, “8.15 러닝 행사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등등 질문들에 묻고 답하며 저는 ’동네 주민(41세)’가 되어 스태프분들과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종편 방송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라고 합니다. 어떤 채널에서 언제 업로드 방송될지 몰라 애써 찾아볼 수는 없을 것 같지만, 혹시라도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저를 이끌어주게 된다면 나중에 한 번 봐야겠습니다.
.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이기도 했던 저에게 이영표 님은 최고의 영웅 중 한 명이었습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할 때 당시 박지성 선수의 맨유 경기와 이영표 선수의 토트넘 경기는 거의 빠짐없이 생중계로 보곤 했습니다. 가수 션 님이야 워낙 러닝에서 유명한 분이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분이라 이 운동을 하는 분들이라면 모르는 분이 없을 정도입니다. 우연히 매일 새벽 반포 트랙을 달리다 보니 이런 경험을 하게 되어 재미있었습니다.
.
8.15 달리기 행사를 위해 연습을 한다고 했습니다. 매년 하는 행사로 알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매년 광복절 공휴일은 가을 운동 대회를 위해 ‘제대로’ 운동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광복절을 ‘제대로’ 보낸 적이 딱히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파트 베란다에 국기만 게양하고요. 오늘 인터뷰를 마치고 문득 떠올랐는데, 이제 아이도 어느 정도 자랐으니 올해 광복절에는 서대문 역사박물관(서대문형무소)이나 독립기념관 등 8.15 행사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 가족과 함께 가볼까 생각했습니다. 바로 다음 주네요.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아이에게 물어봐야겠습니다.
.
90분 달리기와 동네 주민 인터뷰, 그리고 8.15를 계획하는 새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