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 3종 아이언맨 구례 03
지난 일요일 아침 운동 후 더위를 먹었습니다. 정식 표현으로는 온열 질환입니다. 예전 산악자전거를 타던 시절에 더위 먹은 적 몇 번 있었는데 이번에도 증상이 똑같았습니다. 몸 어딘가가 계속 뜨겁고 숨을 쉴 때마다 뜨거운 공기가 입김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무기력한 기분에 신체 내부 장기는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인지 소화도 안 되고 설사가 계속됩니다. 열 때문인지 머리도 어지럽고 심장과 폐도 무리하는지 평범한 호흡도 힘들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오릅니다. 증상이 있어도 월요일 오전까지는 무난하게 넘어갔는데, 월요일 오후부터는 일상생활과 거동도 힘들 정도로 버거웠습니다. 고작 3.5km에 불과한 퇴근 조깅도 제대로 하지 못해 월요일과 화요일 저녁에는 퇴근길 중간 달리기를 멈추고 따릉이를 타고 귀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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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 보니, 코로나 펜더믹 시기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시간과 마음 맞는 분들과 함께 남들 운동 안 하는(?) 시간에 맞춰 저희끼리 모여서 운동하던 것을 계기로 팀이 만들어졌는데요. 이후 매년 여름 무더위 때마다 새벽 4시 30분 또는 5시에 운동을 시작하고 일찍 끝내다 보니, 일요일처럼 그런 날씨에 그런 시간까지 야외에서 강도 높은 운동을 했던 적이 최근 몇 년 동안 없었습니다. 역시 겉만 번지르르한 철인일 뿐 제 몸은 약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똑같이 운동한 분들은 이 정도까지는 아닌데 저 혼자 더위를 먹어서 고생하는 것을 보니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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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수요일 또는 주말 등 강도 높은 야외 러닝 운동을 해야 하는 날에는 새벽 5시 이전에 운동을 시작하려 합니다. 다행히(?) 온열 질환 경험이 몇 번 있다 보니 회복하는 방법도 제 나름 노하우가 있어 열심히 잘 회복하고 있습니다. 어제 화요일 새벽 달리기는 800미터 조깅과 200미터 질주로 이어진 프로그램이었지만 짧은 거리라서 무사히 마쳤고, 오늘 수요일 메인 프로그램은 800미터(3분 25초 페이스) 및 80초 휴식 9세트로 이루어졌는데, 어제보다 조금 더 회복하여 힘겹지만 역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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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이전에 운동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늦어도 새벽 4시에는 일어나야 합니다. 주말 팀 모임 훈련 때는 4시 30분에 시작하기 때문에 준비와 이동을 감안하여 새벽 3시에는 일어나야 합니다. 저녁 9시 이전에는 잠들어야 합니다. 생각할수록 이 종목은 유부남이자 아이 아빠에게 딱 맞는 운동입니다. 저도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이런 종류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게 카페인과 타우린 가득한 에너지 음료를 가끔 마시고는 하는데요. 예전에는 저녁 8시쯤 마셨습니다. 밤새 술로 달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금은 새벽 4시쯤 마십니다. 이른 새벽 트랙을 달리기 위해서입니다. 술 달리기가 아닌 진짜 달리기입니다. 운동을 마치고 귀가하니 아침 7시, 아내와 아이는 아직 곤히 깊은 잠을 자고 있습니다. 생각할수록 이 종목은 유부남이자 아이 아빠에게 딱 맞는 운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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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2000미터(3분50초/km), 400미터(3분10초/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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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회복 조깅, 아침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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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새벽 트랙 러닝(800/200) 4회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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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새벽 트랙 러닝 800m x9, 아침 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