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 3종 아이언맨 구례 02
서킷트레이닝. 예전에는 선수들이나 몇몇 마라톤 클래스에서나 했던 프로그램인데, 최근에는 러닝 저변이 넓어져 보통의 동호회나 크루에서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얼핏 보면 어릴 적 학교 다닐 때 봤던 체조 동작들로 이루어져 있어 생소한 건 아닌데, 이런 트레이닝을 하는 목적과 취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킷트레이닝을 하는 이유는 체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러닝에 적합한 동작을 만들어주기 위해 움직임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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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 또는 상급자와 운동 초보자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크고 강한 근육과 관절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 차이입니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은 고관절, 기립근 등 근육, 엉덩이 근육, 넓적다리 근육 등 높은 힘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신체 부위를 사용합니다. 운동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발목 관절, 종아리 근육 등 약한 부위를 사용하다 보니 쉽게 부상을 당하고는 합니다. 서킷트레이닝을 비롯한 지상 보강 훈련, 드릴이라고 불리는 부분 반복 동작 연습을 할 때에는 크고 강한 부위를 잘 쓸 수 있도록 활성화시키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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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 별로 간단히 살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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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체 숙여 피치 동작은 흔히 말하는 잔발 달리기인데, 상체를 숙여 고관절 가동 범위를 제한한 조건에서 최대한 고관절을 이용해 하체를 짧고 빠르게 들어 올리는 것을 반복하는 감각으로 해야 합니다. 발목이나 무릎관절을 이용하거나 발바닥으로 땅을 찍듯이 동작하면 힘만 들 뿐, 운동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등은 구부정하게 있는 것이 아니라 기립근에 적당한 긴장과 힘이 들어가도록 상체는 숙이되 등은 펼쳐져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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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점프 스쾃, 하프 점프 스쾃 동작은 짧고 가볍게 제자리 점프를 반복하는데, 고관절 움직임과 엉덩이 근육, 허벅지 근육을 사용해 점프하고 버텨야 합니다. 발목을 펼치거나 종아리 근육을 사용해 점프하는 것이 아닙니다. 발목을 움직이고 종아리 근육 수축 이완을 반복시키는 카프 레이즈 동작은 러닝에 도움이 안 되는 지상 훈련 중 하나인데, 점프까지 하면서 카프 레이즈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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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하이 피치, 90도 피치 동작들은 몸 앞에서 다리를 아래위로 교차시키는 것인데, 위로 들고 있던 다리는 내리는 것이 아니라 아래 버티고 있던 다리를 들어 올리는 감각에 집중해서 공중에서 다리가 교차하도록 움직여야 합니다. 이때도 역시 주동 관절은 고관절이 되어야 하고, 기립근은 긴장을 유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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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버피 테스트, 엎드려 피치 동작들 마찬가지입니다. 고관절 움직임으로 신체가 움직이는 각도 변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손과 팔의 위치는 어깨 아래 수직으로 내려와 어깨에 부하가 걸리지 않고 견갑근 등으로 안정적으로 버티는 자세가 나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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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트위스트는 단순히 몸을 흔들며 제자리 뜀박질을 하는 것이 아니고, 사이드 코어, 옆구리 근육과 엉덩이 근육을 사용하여 공중에 떠있는 시간 동안 몸을 트위스팅해야 합니다. 이 또한 코어 근육을 위한 동작입니다. 발목 각도는 유지하여 발목 관절이나 종아리 근육이 개입되지 않도록 통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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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뿐만 아니라 사이클, 수영을 위해 수많은 지상 보강 트레이닝들이 있습니다. 서킷트레이닝도 그중 하나입니다. 크고 안정적인 힘을 낼 수 있는 신체 부위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활성화시키고,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코어를 강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모든 운동의 기본이자 원리 원칙과 같습니다. 가족을 비롯한 친구, 직장 동료 사이에도 경청과 공감, 이해, 대화로 이어지는 인간관계의 기본 원칙이 있듯 운동에도 변함없는 개념 원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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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부분 일에 기본과 기초가 부족했던 사람입니다. 뒤늦게 그것을 깨닫고 나아지려고 노력 중입니다. 아내도 결혼하고 나서야 제가 공감과 이해도 부족하고 제대로 대화하는 법도 모르는, 이런 사람인 줄 알았다며 이전에 알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아내와 아이 덕분에 가정을 이루어가며, 그리고 육아와 가족, 심리에 대한 책들을 읽어가며 배워가고 있습니다. 더디지만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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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또한 레슨을 받고 코치님께 배워가며 운동의 기본 개념 기초를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저에게 운동이란 스포츠가 아니라 게임이었던 것 같아요. 그냥 재미있게 즐기고 노는 수단이었는데, 기초를 배워가며 제 몸 사용법을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무엇보다 제 자신에게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매우 유익합니다. 제대로 사용법을 알아야 재미와 건강 모두를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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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과 마라톤은 이런 기초가 부족해도 물론 완주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초를 다지면 더 수월합니다. 자신의 목표에 더 가까이 그리고 안전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굳센 결심이나 의지 등 그 어떤 것보다 기초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동기부여 수단입니다. 동기가 부여되면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습니다. 꾸준함은 다시 동기부여의 힘이 됩니다. 이번 가을에는 꾸준히 기본을 다지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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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목요일은 조깅과 서킷트레이닝, 퇴근 조깅을 했고 저녁에는 실내 자전거를 탔습니다. 오늘 금요일 새벽에도 가볍게 조깅했습니다. 퇴근 때는 역시 조깅을 해야겠네요. 좋은 주말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