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 3종 아이언맨 구례 09
주말 운동 후 월요일과 오늘 화요일은 각각 리커버리런 그리고 90분 조깅을 했습니다. 프로그램 난이도에 대한 부담 없이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리커버리런은 1km당 8분~10분 정도 거의 걷는 속도로 뛰는 것입니다. 90분 조깅은 천천히 느리게 시작해서 대회 목표 페이스보다 km당 +30초 정도(4분 20~25초/km)까지만 올립니다. 두 프로그램 모두 페이스 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걱정 없이 언제든 나가서 뛸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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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버리런과 조깅은 페이스 걱정 없이 달릴 수 있다는 것도 좋지만, 달리기라는 격한 동작을 지속하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제 기분이 좋아지도록 만들어주는, 엔도르핀과 같은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에 그것을 느끼며 달릴 수 있어 더욱 마음에 듭니다. 실제 불안, 공황, 우울, 불면 등 현대인이 앓고 있는 마음의 병을 위한 치료제에도 러닝 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들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두 다리만 있으면 누구나 달릴 수 있는 러닝 운동 자체만으로 비약물적 향정신성 치료제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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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개봉했던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에 새로운 캐릭터인 ‘불안’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항상 남들과 비교당하고 경쟁으로 내몰리는 현실에서 어떻게든 더 잘해보겠다고 그리고 살아남겠다며 열심히 하는 우리의 모습이 ‘불안’ 캐릭터를 통해 영화 속에서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 제가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인지, 아빠로서 그리고 배우자로서 가장으로서 부족한 것은 없는지,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불안을 느끼곤 합니다. 때로는 그 불안함이 예고 없이 찾아와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고 오한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저도 운동 취미가 아니었다면 마음의 병 때문에 병원과 약물 신세를 져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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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험을 봤을 때 러닝이야말로 마음의 병을 다스리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며칠 전 기사를 읽으며 아내와 얘기했는데 저에게는 일종의 간헐적 폭발 장애 같은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불안 때문인지 저는 종종 예민하고 지나칠 정도로 주변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작고 사소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버럭 화를 내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제 마음에 포용과 관대함, 여유가 가장 많은 때는 새벽 운동 직후인 아침 시간입니다. 사이클 또는 수영, 그리고 달리기를 통해 땀을 잔뜩 흘리고 머릿속을 텅텅 비우고 나면 정말 ‘사람 좋은 사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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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운동을 통한 호르몬 빨(?), 약발(?) 떨어지는 늦은 오후 또는 저녁 시간이 되면 다시 예민함이 똬리를 틀게 됩니다. 예전과 다르게 지금의 저는 다행스럽게도 이런 증상을 스스로 인지하고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예민함, 신경질적인 반응, 불안과 화가 마음속에서 올라올 때면 운동을 합니다. 운동이라고 해서 항상 거창하게 옷과 장비를 갖추고 사이클이나 러닝이나 수영을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간단히 집 안에서도 할 수 있는 동작들을 실행합니다. 설거지, 바닥 청소,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위한 1층까지의 왕복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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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부터는 퇴근 때에도 러닝을 합니다. 소소한 교통비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보람도 있지만 무엇보다 퇴근 달리기로 집에 들어오면 기분이 좋기 때문입니다. 한결 나아진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한 후 아내와 아이를 다시 만나는 것은 중요합니다. 퇴근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 저녁 시간에도 제 자신이 꽤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을 하고는 합니다. 속 좁은 제 마음의 위기는 퇴근 달리기가 없는 주말 오후라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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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문제, 자녀 교육 걱정, 일과 인간관계에서 발생되는 근심 등, 온갖 문제들로 나타나는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 저는 달립니다. 러닝을 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 그 자체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문제의 원인이 사라지지 않는 한 달리기를 한다고 해서 현상에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문제를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제 마음은 훨씬 유연하고 넓어집니다. 똑같은 문제라도 (운동) 이전보다 충분히 해결 가능한 것처럼 사소하게 느껴지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가 더욱 강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대사가 떠오릅니다. ‘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답을 찾기 위한 몸과 마음의 준비는 건강한 운동 취미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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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리커버리 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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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90분 조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