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 3종 아이언맨 구례 14
어제 목요일과 오늘 금요일은 각각 조깅을 하는 날입니다. 운동 강도가 높았던 화요일, 수요일보다 오히려 새벽 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수면의 질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화요일 밤까지는 밤새 에어컨을 틀어놓은 채 잠들어 새벽 시간 잠을 설치지 않고 푹 잤었는데, 수요일 밤과 어젯밤에는 에어컨 타이머를 설정해 두었던 까닭에 에어컨이 꺼지고 잠시 후 더운 열기로 잠에서 깨어나 설쳤습니다. 이전보다 낮은 강도의 조깅 프로그램임에도 어제와 오늘 새벽에는 좀처럼 몸이 풀리지 않아 무척 힘들었습니다. 역대 가장 더웠다는 이번 여름 내내 이런 컨디션 저하를 경험했는데, 에어컨이 꺼질 때마다 잠을 설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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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족은 아직 분리 수면을 하지 않습니다. 아내와 아이와 저는 매일 함께 잠들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기 전 저는 ‘분리 수면’을 호언장담했었습니다. 언제나 부부가 우선이기 때문에 아이는 어릴 적부터 분리 수면을 습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었지요. 그런데 막상 아이가 태어나니 저의 장담은 허언이 되었습니다. 보면 볼수록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잠잘 때에도 함께 잠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분리 수면 습관을 갖지 못한 아이 역시 부모와 함께 책을 읽으며 잠들고, 아침에 함께 일어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슬픈(?) ‘삼각관계’가 존재합니다. 저는 아이랑 함께 딱 붙어 잠자고 싶은데, 아이는 엄마를 끌어안고 잠자길 원합니다. 아내는 하루빨리 분리 수면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남편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고 합니다. 결국 이런 이유로 다 같이(?) 잠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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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몸에 열이 많아 밤새도록 에어컨을 켜두고 싶은데, 아내는 잠들고 몇 시간 지나면 춥다며 끄길 원합니다. 아이도 몸이 뜨끈한 편이긴 하지만 계속 켜두는 건 원하지 않습니다. 결국 적당히 타협하여 에어컨 타이머를 설정하는데, 에어컨이 꺼질 때마다 제가 잠 깨어 설쳤던 것입니다. 여러모로 지독한 여름이었고 밤더위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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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야말로 최고의 보약이라는 말을 새삼 깨닫습니다. 제대로 잘 수 없으니 간단한 조깅도 이렇게 힘들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회복은 마사지나 영양 보충이 아니라 수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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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시절 즈음, 저는 부모님과 종종 주말이나 휴일 아침 기상 때문에 말다툼이 있었습니다. 알람 소리에도 깨어나지 못했던 저는 가끔 부모님에게 아침에 깨워줄 것을 요청했는데, 문제는 아버지 어머니가 저를 제대로 깨운 적이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스스로 일어나지 못했으면서 어처구니없게도 부모님께 짜증 내곤 했습니다. 왜 안 깨웠냐고. 그때마다 부모님의 대답은 같았습니다. “잠자고 있는데 깨우기 미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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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부모님의 이런 말씀조차 투정 부리며 넘겨버렸는데, 이제 아빠가 되어 보니 그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 새근새근 잠자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도저히 깨울 수 없습니다. ‘까짓것, 유치원 좀 늦으면 어때. 정 안 되면 안 가면 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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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오늘도 아침 9시 넘도록 ‘보약’을 먹듯 ‘회복’했다고 합니다. 아내는 왜 이렇게 잠이 많냐며 자길 닮았다고 푸념합니다. 저는 그저 흐뭇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