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마라톤 01
저는 현관문 앞에 놓인 가족의 신발을 정리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새벽 달리기를 하러 나갈 때, 그리고 저녁 퇴근 달리기를 마치고 돌아올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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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어릴 적 저희 아버지가 항상 보였던 모습입니다. 사춘기 시절 마음으로 ‘아빠는 다른 할 일이나 열심히 잘하셔야지, 무슨 신발 정리에 이토록 진심을 다할까?’ 핀잔 섞인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아버지는 뭐랄까, 존경보다는 연민이 느껴지는 분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닮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 모습이지만, 저도 모르게 나 자신에게 아버지의 모습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어쩌면 타고났기 때문이고, 아니면 어릴 때부터 보고 듣고 배우며 자란 덕분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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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자식이 부모를 닮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것을 받아들여 인정합니다. 좋은 점은 유지하고, 나쁜 점은 버리고자 힘씁니다. 매번 꼬박꼬박 신발 정리하는 것이 고리타분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 하기 나름이라 생각합니다. 아내와 아이에게 좋은 모습으로 보일 수 있도록 저의 생활 습관도 세련되게 가다듬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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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신발을 정리할 때 저만의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아내의 신발은 ‘제발 다른 곳 가지 말라.’ 뜻으로 집 안쪽을 향하도록 가지런히 놓고, 아이의 신발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라.’ 뜻으로 집 밖을 향하도록 나란히 놓습니다. 제 신발은 아내의 신발과 코가 마주하도록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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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달리기를 하러 나갈 때에도 신발 정리를 했습니다. 화요일과 어제 새벽에 비가 내려 저녁 퇴근 달리기만 했는데, 3일 만에 제대로 새벽을 달리니 무척 기분 좋았습니다. 어제 못한 4000m를 달리고, 800m 2회는 시간 때문에 1000m 1회로 대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