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유 Nov 30. 2022

닿을 수 없는 축하의 인사

축하 받을 일이 없어요


 삼 년간 일했던 가게를 마지막으로 정리하러 간 오늘,

건물 사무실에서

애매한 타인의 ‘결혼 축하드려요’라는 인사를 들었다.

오늘이 지나면 다시 보지 않을 사람들이었다.


 아. 어디서 결혼 소식을 들었구나….


인사치레로 하는 가벼운 축하 인사에

 ‘결혼 안 했어요.’라는 대답을 할 기력이 없었다.


 “네. 감사합니다.”


 감정을 누르고 구구절절 상황을 설명하는 것보다는

가짜 웃음으로 감사합니다,라고 한마디 하는 것이

편했다.


 닿을 곳 없는 축하들은 어디로 갈까.

민들레 홀씨처럼 가볍게 날아와도

어딘가에 닿아 뿌리를 내렸다면 좋았을 텐데.



이전에 받은 진심 가득 담긴 고마운 축복들은

내 맘 한 구석에 뜯어볼 수 없는 크리스마스 카드들이 되어 먼지가 잔뜩 쌓여버렸다.


 모든 일이 순탄하게 흘러갔다면

진심이 담기지 않은 가벼운 축하 인사조차도

고이 접어 한 곳에 두었겠지.


 버리지 못할 쌓여버린 말들로 꽉 찬 공간에는

이제 자리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을 멈추고 싶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