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은 행운이야?
결혼이 취소된 다음 날,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파혼 소식을 알리는 일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내 감정을 추스리기도 전에 내 상황을 말하는 일은 나 자신에게 고문과도 같았다.
그 당시에는 너무 창피하기도 했다.
내가 파혼이라니.
뒤에서 수군거림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친한 친구들한테는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같이 드레스 사진을 보며 골라줬던 친구,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준 친구,
브라이덜 샤워를 해준 친구....
내 행복을 바랐던 이들에게 아침부터
"나 결혼 안 하기로 했어."
이 말을 울먹이지 않고 하기란….
정말 지금 생각해도 힘이 든다.
그치만 내 친구들은 너무 따뜻했다.
같이 울어준 친구도 있었고, 그저 들어주고 위로해준 친구도 있었다.
또 어떤 친구는
"난 위로 안 해. 뭐 큰 일이라고. 별일도 아니네."
라며 날 웃겨주기도 했다.
주변 어른들도 그랬다.
엄마의 친구, 아빠의 직장 동료 분들 모두 생각보다 놀라지 않았다.
물론 내 앞에서 놀란 모습을 보일 수 없었겠지만.
나에게 잘했다며, 결혼해서 후회한 사람은 봤지만,
파혼하고 후회한 사람은 못 봤다는 말들을 했다.
90%가 넘는 사람들이 나에게
"식 올리기 전에 파혼한 건 행운이야. 조상신이 도운 거야."
라고 토닥였다.
나에게 위로를 하기 위해 하는 말이기도 하고
현실적으로도 결혼하고 헤어지는 것보다야 무조건 낫다는 것이다.
나도 내 머리로는 그 말들을 잘 이해했다.
나의 미래를 위해, 내 자신을 위해선 지금이라도 이런 일들을 알게 되고 다른 시작을 하게 된 게 행운이라고.
실제로 나는 파혼을 하고 며칠 후에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첫 시도에 브런치 작가가 되는 기쁨을 맛봤다.
정말 힘든 시기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알림은 나를 삼십 분 정도 기쁘게 만들어줬다.
스스로 너무 Y에게 기대었던걸 깨닫고 반성했고, 더 열심히 살겠다고 불타 오르는 중이다.
그래서 다들 말하나 보다.
파혼은 행운이라고.
나쁜 일이 생겼으니 좋은 일만 남았다고.
우리의 결혼을 도왔던 플래너 님과 여러 위약금 문제를 끝내고 마지막 통화를 했다.
"부모님도 그렇고 주위에서 다 잘됐다고 그래요. 다들 저 힘들까 봐 눈치 보고 좋은 말만 해주더라구요.
Y는 너무 힘들텐데. 저는 괜찮은데 Y가 너무 걱정돼요."
애써 웃으며 말한 내게 플래너님이 말했다.
"미리 알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괜찮긴 뭐가 괜찮아. 자기 마음이 다쳤잖아요."
그 말에 참았던 눈물이 뿌앙- 말 그대로 뿌앙- 터졌다.
다들 다행이라고 괜찮다고 하는 말에 나도 항상 애써 웃어 보이고 있었는데.
"맞아요. 별일 아니에요. 살면서 이런 일도 있는 거죠."
라며. 정말 별일 아니라는 듯이.
그래. 내 마음은 많이 다쳤다. 그래서 여전히 슬프고 자주 울고 있다.
주위에서 아무리 다행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서사에선
우리의 사랑에선 우리의 헤어짐은 완벽한 불행이다.
너무나도 끔찍한 불행일 뿐이다.
그래서 너무 빨리 괜찮아질 필요도
울지 않을 필요도 없다.
아직은 자주 슬퍼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