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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mmel Apr 21. 2024

2. 기본원리 : 돌아보며

들어가며에서 등장했던 '나'는 어딘가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는 우리들 중 하나이다. 반도체 회사에서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자신에게 투사되는 기대의 빈틈을 인식하고 제한된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하여 자신의 이상향에 그들의 시선을 이동시킨다. 거액을 주식에 쏟아부은 그는 자신이 세계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정말로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렇게 단편적인 것은 아닌게 회사에서 그는 고객간단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김주임에게 전화하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제품 스펙의 의미에 대해 물어보기는 한다. 입사 까마득 늦은 타직렬 회사 후배이기는 하지만 매번 친절하게 답해주는 김주임이 참 고맙다고 느끼곤 했.  수화기 너머로 또 그 과장이냐는 소리가 김주임의 목소리와 칠때도 있는데, 그럴때 김주임은 아.. 라고 잠깐 뜸을 들이곤 마저 남은 설명을 이어서 는 편이다. 김주임이 전에 같은 얘기를 해주었던  같은데 그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는 처음 만나는 누군가에게는 반도체 전문가였지만, 회사 내에서는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귀찮고 뚱뚱한 과장 중 하나였다. 물론 옆팀 김과장에게 그는 약속이 펑크났을때 편하게 미국주식 얘기나 하면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좋은 동료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는 스마트폰의 증권앱을 통해 세계 경제의 프론티어에서 고분고투하고 있는 한 명의 전사이기도 하다. 만약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개인정보 식별을 위한 이중 보안 시스템이 없었다면, 아니면 그가 미국주식을 사는 결정을 도운 모바일 뉴스가 없었다면, 그는 전사가 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이 오랜기간 동안 모은 거액의 목돈을 짧은 고민 끝에 전량 주식으로 교환했다. 그가 그 동안 흘렸던 땀을 아는 그의 와이프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혼인계약을 무효로 하는 약속을 담은 종이서류를 그에게 들이 밀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가 이런 선택을 결정하게 된데에는 자기의 후임 중 후임인 박대리가 서울에 자기집을 가졌음에도, 본인은 아직 경기도에 전세로 살고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옆팀 과장놈이 미국주식으로 계속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정말인지는 모르지만)과 본인은 주식으로 낙오된 처남처럼 되지 않고, 과장처럼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된 것이 보다 바람직한 이유일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그날 날씨가 좋고 따분해져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계는 그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예상대로 이란에 미사일을 쏘았고, 연준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실토했다. 그 동안의 물가상승률과 통화량을 보면, 상할 수 있었던 결과라 할 수 있다.

왜 그는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몰랐을까?




최근 모OTP에서 소재로 하여 화제가 되고 있는 삼체문제가 있다(물론, 드라마의 설정은 사체문제이지만). 변수(행성)가 하나 추가되었을 뿐인데 그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게 요지이다(다만, 특수한 경우에만 들어 맞는 특수해는 존재한다.).  들어가며의 그는 사실 그다지 틀리지 않았다. 지나가기 전의 상태에서 하나의 조건만 달라져도 다음 상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될 수 있다.


미사일쏘아지 않았더라면 금리 인상 가능성에 이토록 과민하게 시장이 반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가 점심에 중동이슈가 완화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지 않았더라면 오후쯤 깜놀라 약간의 손해만 보고 주식을 모두 처분했을지도 모른다(오후쯤에는 주식이 회복되는 양상이었으므로).


하지만 하나, 하나의 선택들이 열을 이루다 최악의 수열을 이루고 말았다. 택시 안에서 그가 절반밖에 남지 않은 자신의 계좌 상태를 직시하고 가지고 있는 ETF를 모두 팔았는지는 모르겠다. 만일 이날 팔지 않았다면 나았을 것이다. 전일의 낙폭이 과도했다고 본건지 다음날 주가가 상당부문 회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뜻 듣기로 그가 화를 내며 증권앱을 지웠다는 것 같다.  팔았는지 안팔았는지까지는 알려져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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