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사이넥의 책은 항상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Start with why>, <인피니트 게임> 등이 그랬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면 안 된다는 식의 잔소리가 아니라,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핵심을 콕 짚어내 주었다. <Start with why>에서 알려준 '골든 서클 Golden circle' 이론은 나도 여기저기서 인용하고 있다.
오랜만에 도서관을 헤매다니다가 만난 그의 이름을 보고 고민도 없이 이 책 <왜 함께 일하는가>를 꺼내 들었다.
제목으로 보아 직장에서의 처세술 등에 대한 이야기일 것으로 짐작되었다. 아니었다. 아예 틀렸다.
책의 주제는 '리더십'이고,
핵심 내용은 '영감을 주는 리더'가 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리더십을 얻는 방법을 1, 2, 3, 이렇게 기술한 책이 아니다. 리더십은 그렇게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리더는 스타가 아니면, 스타가 되도록 돕는 사람이라고 한다. 자신이 아니라 팀이 성공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리더는 팀이 신뢰로 뭉치도록 한다. 또 그 구성원들이 자신감을 가지도록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 그래서 좋은 팀과 나쁜 팀은 리더에 의해 차이가 난다.
나쁜 팀은 같은 공간에서 일할 뿐이다. 좋은 팀은 힘을 모아 서로 도우며 함께 일한다.
리더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리더십이 만들어진다.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닌 타인을 생각해야 한다. 그 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팀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 저자는 겸손하라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리더십은 배움이다. 최고의 리더는 자신을 교사가 아니라 학생으로 여긴다.
우리에게 맡겨진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에게는주어진 사람들과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중요하다. 일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하지만, 성취는 그 일을 만드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다. 그 과정 역시 사람으로 만들어진다.
명령과 복종이 아닌 사람들 간의 신뢰로 이루어야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사장이 가진 것은 직함이지만 리더가 가진 것은 사람이다.
저자는 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리더의 역할은 다른 사람들이 비전을 발견하도록 도울 때 가장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자기보다 더 많은 것을 해내는 구성원을 볼 때, 답이 보이지 않던 문제를 힘을 합쳐 해결해 낼 때, 서로 챙기는 팀원들을 볼 때, 리더는 행복해야 한다고 한다.
리더가 된다는 건 바로 이런 것이다. 그것은 높은 지위에 오르는 여정이 아니라, 자기 주변 사람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여정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리더십은 일명 '서번트 리더십 Servant leadership'이라고 할 수 있다. 구성원과 조직이 더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희생하는 리더의 모습인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보탤 것은, 리더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타인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리더십과는 어떻게 다른가? 혹은, 같은가?
사실 이 책은 너무 이쁜 그림책이다.
이쁜 그림과 함께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부담 없이 들려준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저자가 옆에 앉아 '이렇게 생각해 보렴..'하고 설명해 주는 듯하다.
강요하지 않고 설득한다. 보채지 않고 기다려준다. 리더십 또한 그러해야 한다는 듯이..
책을 단숨에 읽고 나서 너무 아쉬웠다. 예쁜 그림과 글을 더 즐기고 싶었다. 이렇게 덮어버리기엔 섭섭했다. 그래서 책 전체를 필사했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남지만, 좋은 책을 읽었다는 감상이 조금 더 짙게 남는 것 같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