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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불편한 걸까?-4

끄적거림

by 띵선생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버스 뒷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자기들만의 왕국인양 떠들고 고함치고, 심지어 다른 승객들을 협박하는 모습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친구' 중 캡쳐>

실제 그 시절에는 그랬다. 특히, 고등학생이 자주 타고 다니는 버스는 가관이었는데, 버스 뒷문을 단속하는 차장 언니와의 신경전도 볼거리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이런 쌍8년도에나 볼법한 모습을 백주 대낮에 국제도시 서울의 지하철 안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에 깜짝깜짝 놀라고 한다.


등산, 결혼식(또는 장례식) 등을 다녀오며, 술까지 얼큰하게 드신 분들을 통해 자주 보게 된다. 그들은 지하철 한 켠에 삼삼오오 모여서 남들의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들만의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있다. 심지어 바닥에 자리를 깔고 판을 벌이는 이들도 보곤 한다. 답답하다 못해 자리를 옮기지 않고는 그 한심함을 이겨내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그중 한둘은 주변의 눈치를 보기도 하지만, 자진해서 조심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하철이 뒤풀이 장소인 것이다.


간혹 그런 모습을 참지 못하고 "조용히 좀 하세요!"라는 일침을 남기는 분들 목소리에 침묵이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다. 곧,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다시 돌아온다.


이런 볼썽나사운 모습 때문에 생기는 사건사고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4년 1분기에 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로 접수된 취객 관련 민원이 총 2,54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건 증가했다고 한다.

<@오마이뉴스>

비단 이런 소란스러운 모습을 취객이나 향락객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친구나 가족 등 다수가 모이면, 주변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만의 세계에만 빠지는 우리 모두가 해당된다. 친구들 4~5명이 모인 중고생, 여행 갔다가 돌아오는 기족 등 우리의 일상의 모습에서도 그러나 일탈을 볼 수 있다.


혼자 있을 때는 생각지도 못한 용기와 힘이 나는 걸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이유와 관계없이, 주변에 있는 사람은 힘들다.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취객 #향락객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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