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앉은 커플과 대화하던 중이었다. 남자는 과테말라에서 왔다고 했다. 과테말라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나는 그에게 말했다.
“우와, 맛있는 커피 많이 마셔봤겠다. 과테말라 커피 유명하잖아. 좋겠다.”
“나 커피 안 마시는데?”
“응? 어...”
"난 카페인이 안 맞아"
나는 다시 말했다.
“테킬라도 맛있던데? 나 예전에 거기 출장가서 세비체랑 먹었는데 너무 맛있더라.”
“나 테킬라 안 마셔.”
“아? 어...”
나는 과테말라 사람은 당연히 커피를 물처럼 마시고 테킬라를 맥주처럼 마셔댈 거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맛있는 커피 산지가 과테말라 전역에 넘쳐나고 수준급 테킬라를 좋은 가격에 파니깐 과테말라인이라면 누구나 커피와 테킬라 전문가임이 틀림없다는 나만의 상상하면서 ‘너 커피 좋아하지? 테킬라 좋아하잖아’라고 강요한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미국에 오기 전에 뉴스에서 총기 사고를 하도 많이 봤던 터라 길에 걸어 다닐 때 곁눈질로 사방을 살피며 혹시 모를 위험한 사람은 없는지 마음을 졸이며 가던 길을 재촉하곤 했었다. 정말 처음에는 혼자 길을 나서는 것이 너무 무서워서 심장이 얼마나 콩닥거렸는지 모른다. 그런데 범죄율이 훨씬 높고 총기 강도 사고도 훨씬 많은 곳에서 미국으로 왔다면 상대적으로 미국이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느껴질까?
세상을 너무 내 관점으로만 바라보고 사는 게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내 편견을 하나씩 덜어내고 있는 그대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겠다.
"한국드라마 재미있는 거 너무 많잖아. 우리 엄마가 한국드라마 매일 봐."
"어? 내가 드라마를 안 본 지가 꽤 되어서 아는 드라마가 하나도 없네? 핫핫하하하..."
그러고 보니 나는 오징어게임도 안 봤고 기생충도 안 봤고 드라마는 안 본 지 5년은 넘은 것 같다...나 한국사람 맞는거지??? 아! BTS는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