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한파가 불어닥친 겨울 어느 날 아침이었다. 바람이 몹시 부는 와중에 창밖으로 자꾸만 솜뭉치 같은 무언가가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해서 자세히 보니 작은 새 한 마리가 거친 겨울 강풍에도 끊임없이 날갯짓을 하면서 힘겹게 나부끼고 있었다. 잠시 잊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는데 다시 작은 새가 보였다. 바람을 거슬러내가 보이는 창을 향해 힘겹게 날아오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제야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작은 새가 그토록 추운 겨울날 내 창에 찾아온 것은 도움을 청하려 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줘야 할지, 어떤 먹이를 줘야 할지 도무지 새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다. 우선 집 안에 있는 작은 상자에 보온이 될까 비닐이라도 채워 넣고 밖에 내놓았다. 그리고 내가 갖고 있던 식재료 중에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은 것들도 함께 내놓았다. 영하 14도의 춥고 긴 겨울밤을 작은 새가 얼어 죽지 않고 잘 버텨주길 바라면서. 아무리 새 깃털이 보온성이 좋다 해도 모든 게 순식간에 얼어붙을 것 같은 혹한에 그 작은 새가 버티기에는 너무 잔인한 밤 같았다.
다음날 아침 나가보니 상자에 소복이 쌓인 눈만 보일뿐 새가 다녀간 흔적은 없었다. 생명의 움직임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겨울 한파에 작은 새가 어두운 밤을 잘 보냈기를 바랐다. 정오가 지나자 그 작은 새가 다시 창에 나타나 날갯짓으로 창문을 두드리고 사라졌다. 조금 큰 사람 엄지 손가락 크기만 한 작은 새가 그 험난한 밤을 견뎌내고 살아서 날아온 것을 보고 얼마나 크게 안도했는지 모른다. 내 말을 알아듣는다면 창을 열고 들어오라고 하고 싶었다. 집 안에서 껴입은 채 담요를 두르고도 추운데 얼마나 추웠을까 생각하니 너무 안쓰러웠다.
나는 그 작은 새 이름이 무엇인지 구글 검색창을 열고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 작디작은 새는 북미 지역에 흔한 허밍 벌드(Humming Bird)로 우리에게 ‘벌새’라고 알려진 새였다. 녀석은 벌처럼 꿀을 빨아먹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곡식을 내놓았으니 참 답답했을 터다. 그러고 보니 근처 아파트 창에 얼어붙은 꿀통을 새 꿀물로 채우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그제야 나는 창에 달려있던 빨간색 통이 벌새 먹이통임을 알게 되었다. 하나 둘 모여드는 벌새가 부리를 꿀통에 집어넣고 허기를 채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