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꽤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기억 중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던 기억이 있다. 딱히 누가 타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생일선물로 받은 그 스케이트를 매일매일 나가서 한두 시간씩 탔다. 동생이랑 허리를 잡고 같이 타기도 하고 그 시간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나온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경사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했던 기억이 있다. 유독 스케이트 타기를 좋아했던 나는 아이스링크장도 좋아했었다.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듯이 달리며 못 타는 친구들을 끌어주기도 하고 당시에는 뭔지도 몰랐던 항아리 스텝을 독학으로 마스터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는 스스로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지냈는데, 청소년기에 땀 흘리기 싫어하던 여자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몸을 전혀 쓸 줄 모르던 나는 어느 순간 운동이 해보고 싶어 여러 가지에 도전해보았다. 복싱, 달리기, 요가, 필라테스, 웨이트, 테니스까지. 그러면서 내 운동 취향을 알아가기 시작했는데 정적인 요가나 필라테스를 제외하고는 다 그럭저럭 할 만했다. 이 두 운동은 너무 지루해서 흥미가 생기질 않았다. 달리기는 스페인 유학시절 매일매일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공원을 뛰어다녔고 웨이트는 회사를 다니면서 몸을 만들기 위해 재밌게 했던 기억이 난다. 나의 최애 스포츠인 테니스는 남편이 입문시켜준 운동인데 인생 운동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정말 재밌다. 그리고 다른 수강생들도 거의 미쳐있는 수준으로 테니스를 치러오는 것만 봐도 테니스가 얼마나 재미있는 운동인지 알 수 있다.
#2.
아무튼, 제일 싫어하는 운동 중 하나인 요가를 시작하게 된 건 아무래도 임신 때문이다. 테니스나 뜀박질 같은 힘든 동작을 요구하는 운동은 임산부에겐 맞지 않았고 입덧 기간에 침대 붙박이 생활을 하면서 빠진 근육을 채워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처음으로 문화센터에 등록해 임산부 요가를 시작했다. 산모들은 거의 6개월 차 임산부였고 다들 중기 임산부답게 배가 볼록했다. 요가 진행은 간단한 임산부 상식과 진통 시 호흡하는 법을 기본으로 시작되었다. 임산부 요가인만큼 간단한 동작들로 쉽게 쉽게 진행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마치 내 생각을 읽으신 듯 요가 선생님은 임산부가 오히려 더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근육을 붙여야 한다, 라는 말씀을 해주시곤 주마다 더 높아지는 난이도로 온 몸을 바들바들 떨게 하셨다.
처음 한 두 주 정도는 '요가는 역시 싫지만 실제 출산 경험자의 정보는 나쁘지 않군.'이었다. 요가 선생님의 경험담을 듣는 걸 넘어서서 호흡도 실전에서 쓸 수 있도록 매주 연습해보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 요가를 마치고 잠시 누워 2-3분 정도 명상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통통 열심히 태동하는 축복이를 느끼며 운동 태교가 좋긴 좋구나 느끼는 정도였다. 몇 주 더 운동을 하고 나서는 일어서고 앉고 눕는 동작을 할 때마다 아프던 허리가 말끔히 나았다.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 한 시간 바들거리기만 해도 몸이 뚝딱뚝딱 고쳐졌다. 어느 날은 예전에 느낄 수 없었던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몸이 힘들지 않은 임산부들에겐 요가를 권하고 싶다. 컨디션이 좋다는 전제 하에, 임산부 요가는 임산부에게 근육을 만들 기회를 제공하고 실전 호흡법과 힘 빼는 법 등 다양하고 유용한 정보도 제공해준다. 태교에도 좋은 것은 물론이고 뱃속 아가를 위해 오늘도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완강을 해야만 해! 하고 의지를 다지는 것은 금물이다. 무조건 그날의 컨디션에 맞게 산모가 선택해야 한다. 임신 중반 들어 살도 많이 찌고 아기 무게가 더해져 요통, 혈액순환 부진 등의 불편함을 겪는 산모들은 꼭 생각해봐야 할 선택지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