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의 아침 카페

운 까페 포르파보르!

by 남기다

매일 아침 가벼운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늘 정해져 있다.

일종의 '루틴'이랄까. 내가 만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카페에 들른다.

그러나 '반드시'는 아니다.


이 만남은 그저 하루의 흐름에 또는 운명에 맡겨보면 된다.

순례길의 카페는 길을 나아가다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도착할 때까지 단 하나도 만나지 못할 때가 있기도 하다. 작은 마을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멋들어진 카페가 있기도 했고, 큰 마을이라 카페가 당연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마땅히 없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그렇게 찾은 카페에 들어가선 별다른 큰 일들을 하지는 않는다. 먼저


'운 카페 포르파보르!'를 외친다.
커피 한 잔을 달라는 의미이다.

주로 에스프레소를 마시거나 카페 콘레체를 마시는 편이다. (콘은 포함된, 레체는 우유를 의미한다. 그러니 우유가 포함된 카페. 즉 라테의 스페인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이탈리아의 입장에서는 섭섭할지 모르겠지만, 스페인의 에스프레소도 꽤나 괜찮다. 커피를 좋아하긴 하지만 학문적으로든, 아님 조금 더 깊이 있는 배움을 위해 따로 무언가를 해본 적은 없기에 맛을 심도 깊게 평가하고 왈가불가할 수는 없다. 단순히 로스팅의 배전도, 포터필터의 청결도. 커피의 추출시간, 우유의 신선함 등. 커피 본연의 성질에서 조절이 가능한 맛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맛. 그저 맛이다. 커피는 맛있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 맛은 여러 요소들이 함께 화학반응을 일으켜야 최고의 시너지를 일으킨다. 내가 내린 커피 맛의 기준은 그날의 날씨. 카페의 온도. 그리고 사장님의 정성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조화로운 카페의 커피는 대체로 맛이 좋았다. 이 공식은 다만 이 길을 걷는 여행자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먹히는 공식이니 꼭 적용을 해보았으면 한다. 후회는 없으리라 장담한다.


[날씨]

그날의 날씨에 '너무' 매우 엄청 완전 등등의 말이 붙는다면 그때 방문한 카페는 가산점이 들어간다. 마침 그 자리에 있어줬기 때문이다. 너무 추운 날, 그 기분을 풀어줘야 할 때. 너무 날씨가 화창한 날 그 기분을 만끽해야 할 때. 그런 날 카페는 내 마음의 날씨도 화창하게 만들어 준다.


[온도]

온도는 단순히 카페 내부의 실내 온도를 의미하는 말이 아니다. 분위기가 따뜻한 카페. 따뜻한 사람들이 넘치는 공간은 마음의 온도 데워준다.


[정성]

무뚝뚝하고, 무관심 해 보이는 사장이지만 커피를 내리는데 진심인 사장님들도 있었다. 그들의 무뚝뚝함에는 불친절함이 묻어나진 않는다. 무언의 따스함에 가깝다. 그저 말없이 정성스러운 커피 한 잔을 내어준다. 더는 수식어가 필요 없기 때문일 수도 있고, 온전히 커피에 집중해 주길 바라는 마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성은 슬프게도 때론 맛과 비례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그 정도 정성을 쏟아 내어 주는 사장님이라면 맛이 없어도 조금은 덜 섭섭하지 않을까. 커피 한잔에 따뜻한 열정까지 들어있다면 말이다.


순례길에서의 모든 것은 운명이 결정해 준다라고 믿는다. 운명을 믿거니와 그 길 너머에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카페들은 검색을 한다고 마구 나오는 곳도 아니다. 누군가에겐 지도를 보고 이미 예정된 목적지였다면 나에겐 필요한 순간에 나타나주는 휴식처였다. 가벼운 한잔의 커피는 몸을 데워주고 하루를 활기차게 해 준다.


몸도 따뜻해졌으니 진짜 하루의 여정을 시작할 때이다.


다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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