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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수업 그 이후

진정한 여행의 시작

by 그대로 동행

오늘은 첫 글쓰기 수업 이후의 변화들을 나눕니다.

생애 첫 글쓰기 수업 이후 가장 주요한 변화는 새로운 도전들을 시도하게 된 것입니다.

이전에 공모전에서 몇 번 떨어진 이후 의욕상실이 되었습니다. 떨어질 때마다 마음에 큰 구멍이 생겼습니다. 구멍을 메꿀 방도가 없어 더 이상 도전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글쓰기 수업에서 선생님이 올해 최소 10번은 공모전에 응모해 보라 제안하셨습니다.


크고 작은 공모전에 응모했습니다. 수업 이후 두 달여간 4개에 응모해서 다행히 2개에 당선됐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통해 받은 수익이라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두 번째로 공립 도서관에서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 특강에 도전했습니다. 시니어 대상의 특강은 오랫동안 꿈꿔온 일이었습니다. 오십이 넘으면서 인생의 어려움들이 해일처럼 몰려왔습니다. 해일과 사투를 벌이느라 지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문득, 사회의 어른들만나고 싶어 졌습니다. 저보다 앞서 이 고비들을 뚫고 지나온 사람들의 지혜와 경험을 듣고 싶었습니다.


오랜 소망대로 이번에 시니어분들과 특강 수업을 했습니다. 수업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로 했습니다.


수업을 준비하는 동안 루게릭 병으로 서서히 죽음을 향해 가는 모리 교수의 모습에서 아빠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혼자 숨죽이고 울먹인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준비해 간 특강날, 책을 통해 각자의 생각과 감상, 인생 문장과 그 이면의 삶을 나누었습니다.

솔직하게 나누고 귀 기울 여준 수강생들로 인해 생애 잊을 수 없는 감동적인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제 다른 곳에서의 특강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제가 힘겨워하는 앞의 시간들을 다 살아오신 분들과 함께 할 수업이 두근두근 기대됩니다.


다음으로 아이들과 수업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전에 비해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꼼꼼히 첨삭합니다. 글쓰기의 기쁨과 어려움들을 토로하며 아이들의 작은 눈망울과 공감을 나누는 게 좋습니다.


수업 때마다 고사리 손에 힘주어 글을 쓰는 아이들의 모습을 이전보다 더 애정 어린 눈으로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들의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어른이자 스승이 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글쓰기에 대한 용기를 얻었다는 것입니다. 재능이 없어도, 내 안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누가 뭐라든 쓰라고 선생님이 가르쳐주셨습니다. 배운 대로 묵묵히 쓸 계획입니다.



가끔 나는 왜 이렇게까지 글을 쓰고 싶어하나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게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그렇게 약속을 지키기 위해 홀로 쓰는 동안 글쓰기는 제 삶의 숨구멍이 되어 줬습니다.


삶의 파고들로 인해 나름의 도피처가 필요했습니다. 파도에 잠식되지 않고 서핑처럼 올라서기 위한 도구가 바로 글쓰기였습니다. 가슴속 못다 한 이야기들을 글로 토설해 냈습니다. 그 토설한 시간들로 인해 지금 온전히 숨 쉬고 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쓰기는 제 말이 옮겨질까 염려할 필요 없이 가슴속 얘기와 응어리들을 풀어낼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대나무숲이었습니다. 별다른 보상이 없어도 글쓰기 자체를 통해 마음속 생채기들이 치유되었습니다.


아직 실력은 한참 부족하고, 문장으로 엮어내는 길은 요원합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오랫동안 즐겁게 하기 위해 올여름 두 번째 수업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오랫동안 수필을 써오신 선생님,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단어와 문장을 빚고 합평하며 성장할 시간을 기대합니다.



글쓰기 수업을 받는 동안 선생님은 매일 아침 6시에 어김없이 시 한 편을 단톡방에 올려주셨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했던 시.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써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중략)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나짐 히크메트 '진정한 여행' 중 -


최고의 날들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잘 모릅니다.

그저 글을 통해 제가 받았던 위로처럼 세상에 맑은 희망과 공명을 전하고 싶습니다. 쓰기의 기쁨과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공유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이제 진정한 여행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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