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8주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일정에 드디어 종지부를 찍는다.
이제 더 이상 목요일까지 과제를 제출하느라 스트레스받지 않아도 된다.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서느라 부산을 떨지 않아도 된다. 수고한 나 자신을 위해 열렬히 박수를 쳐주고픈 심정이다.
마지막 수업은 수정과 퇴고에 관해 알려 주셨다
-초고를 쓸 때는 최대한 주저리주저리 다 써서 분량을 늘려라.
-퇴고 때 이의 30%를 덜어낸다는 생각으로 해라.
-3일 이상의 기간을 두고 작품으로부터의 거리 두기를 한 뒤 퇴고를 하라.
-퇴고를 할 때는 남의 글처럼 읽어라.
-소리 내서 읽어 문장의 리듬을 확인한다.
-모든 부사와 형용사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조사한다.
-같은 말과 내용의 반복을 지운다.
이번 주 과제는 '내가 생각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구체적인 대상으로 잡고 쓰라는 선생님 말씀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아파트? 선물 받은 가방? 내가 좋아하는 책들?....'
그중 어느 것도 내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주말이라고 집에 와서 쉬던 대학생 둘째가 곧 시작될 대학축제로 설레어 했다.
아들의 행복한 표정에 장단 맞추느라 슬그머니 용돈을 쥐어 주었다. 엄마의 깜짝 용돈에 놀란 아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며 머릿속을 스친 생각.
내 인생의 중요한 순위인 '가족'에 대해 쓰기로 했다.
세 아들을 키우기 위해 남편과 지나온 20여 년의 녹록지 않았던 시간과 아이들을 위해 헌신해 왔던 경험을 썼다.
마지막 합평 시간
선생님은 과제물 글을 나눠 주시며 "동행 씨, 두 가지만 주의해 주세요. 글의 속도를 좀 늦춰봐요. 속도가 너무 빨라. 뭐가 그리 급해? 좀 여유 있게 글 쓰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려 봐. 그렇게 급하게 쓰면 읽는 사람들도 숨차. 그리고 형용사, 부사가 너무 많아. 문장이 읽기 힘들어. 그거 다 빼고 좀 간결하게 써봐요."라고 조언해 주셨다.
나의 급한 성격이 글 속에 그대로 배어 있었다. 일상에 쫓겨 글을 쓰며 늘 허덕였다. 시간을 재고 미친 듯이 쓰느라 문장이 토막토막 썰어져 나간 듯했다.
내 표현의 빈곤함을 형용사, 부사, 장황한 문장으로 포장했다. 수업 때 아이들에겐 간결하게 쓰라면서 정작 내가 글에 군더더기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음을 깨달았다.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야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내 글의 부족함들을 직시했다.
그것은 단순히 글의 부족함이 아닌 내 삶의 부족한 면이기도 했다. 글은 쓰는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이었다. 내 성품, 삶의 모습, 취향 등이 글 속에서 고스란히 배어 나왔다.
수업은 끝나지만 앞으로 나는 글을 쓸 때 스스로에게 한 호흡씩 쉬어가는 여유를 주기로 했다. 앞만 보고 내딛는 달리기가 아닌 주변을 여유 있게 바라보는 산책처럼 글을 쓰기로 했다.
마지막 수업 후, 중국집에서 조촐한 쫑파티를 했다. 모두 상기된 표정들이었다. 전보다 많이 떠들고 웃고 묻고 답했다.
각자 돌아가면서 수업을 끝낸 소회를 털어놓았다. 모두 나름의 변화를 체감하고, 자신의 삶을 들여다본 시간들이 느껴졌다.
나도 내 차례가 돼서 "제 인생을 바꾼 수업이라고 생각해요. 새롭게 루틴을 설정하고, 목표를 향할 용기를 얻었어요. 내년에는 아빠 영정에 약속을 지켰다는 소식을 전해드리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수업은 MZ 세대와 40-50대가 정확히 반씩 나눠졌다. 서로 다른 세대가 섞여 글을 통해 생각과 삶을 공유한 건 소중한 경험이었다. 글쓰기를 통해서 세대를 초월해 맞닿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수업은 끝났지만 진정한 글쓰기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출발선에서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자양분 삼아 앞으로 나간다. 내가 쓰는 방향이 맞는지, 문장과 단어는 제대로 조합이 되는지, 전보다 예민한 촉수로 쓸 것이다.
나의 새로운 도전,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