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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설계도

아우트라인

by 그대로 동행

수업을 가기 위해 피곤을 무릅쓰고 탄 전철. 붐비는 사람들 속에 섞여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은 기대로 들떴다. 오늘은 어떤 수업을 들을까. 그리고 어떤 나를 발견하게 될까.


이번 수업은 아우트라인에 대해서 배웠다.

아우트라인은 글을 쓸 때의 계획표이자 설계도이다.


아우트라인을 잡기 위해 A4 용지를 3단으로 접은 뒤 도입-전개- 결말로 구상해서 써보라 하셨다.

이렇게 아우트라인을 잡는 건 마감과 매수를 지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


글을 쓸 때는 주제를 정한 뒤 이를 문장으로 정리한다. 또한 소재를 풍부하게 모아 항목별로 정리한다. 이를 아우트라인으로 만들 때 활용한다.


이렇게 글을 쓸 때 내용이나 스타일, 둘 중 하나는 멋져야 한다. 내용이 평범하면 스타일을 독특하게, 내용이 파격적이면 스타일은 평범하게 가는 것이다.


아우트라인에 대한 수업 후 선생님은 글을 쓰다 막히면 시집을 읽으며 견디는 힘을 키우라고 하셨다.

선생님은 새로운 작품에 임할 때마다 작업실을 바꿔 가면서 글을 썼던 얘기를 들려주셨다.

책을 쓰기 위해서는 지구력이 필요하니 가급적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쓰라고 하셨다.


수업을 들으며 내가 매일 글을 쓰는 공간이 떠올랐다. 나는 사람들이 많은 카페나 도서관에서 글을 써본 적이 없다. 내가 글을 쓰는 공간은 늘 한 곳으로 한정돼 있었다. 우리 집 거실 한편의 책상. 컴퓨터와 책장이 구비된 그 공간에서 글을 썼다.


수업 후 익숙한 내 책상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보았다.

정겨운 밖 정경이 펼쳐졌다.

이 책상에서 나도 책을 쓸 정도의 글들을 쓸 수 있을까. 누가 봐도 한눈에 내가 쓴 걸 알아볼 만한 나만의 스타일이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선생님의 경험을 들을 때마다 내게는 베일에 싸인 작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돌아와서 아이들과 수업할 때 한 아이가 개요를 쓰지 않겠다고 우겼다. 반항기 가득한 중2이인걸 알기에 좋을 대로 하라고 넘어가곤 했다. 이번에도 아이는 개요 없이 쓰겠다고 허세를 부렸다.


써온 글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온통 비문 투성이었다. 평소에도 글 쓰는 능력이 퇴보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던 차에 아이를 마주하고 선생님께 배운 대로 종이를 내밀었다.


"아니야. 아우트라인을 제대로 잡아야 네 글이 삼천포로 가지 않고 일관되게 나갈 수 있어. 자, 여기 종이를 삼단으로 접어봐."


옆의 친구들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친구를 따라 했다. 나를 위해 수업을 받았는데 어느새 나에게 배우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배움이 그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 치열했던 8주간의 글쓰기 수업이 끝나간다.

마지막 과제는 '내 생각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추상적인 것이 아닌 사물이나 경험처럼 최대한 구체적인 것으로 글을 쓰라 하셨다.


나는 다시 거실 한편 내 책상에 앉았다. 이제 마지막 과제. 드디어 두 달간의 장대한 여정을 마지막 작품을 쓰기 시작한다.


목요일 발행인데 바빠서 토요일 발행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제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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