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살 아들입니다.
아들이 다시, 아프다.
지난 9월 말 체육대회에서 계주로 뽑혔다고 기뻐하며 열심히 달렸고, 너무 열심히 달려서 그런가싶게 다음날 결혼식장에 가서 한점도 먹지 못할 정도로 어지럽다고 했다. 그 날 열이 올랐고, 다음날 소아과를 가서 약을 받아왔지만 아이는 계속 아프고 또 아팠다.
큰 병원갔더니 입원할 정도는 아니지만, 폐렴 초기라 다시 약 처방을 받아왔고, 그렇게 나아지는 줄 알았는데 그 주말에 귀가 아프다고 하여 병원에 가니, 급성중이염.
다시 항생제 처방을 받고 거의 나아질 무렵에 다시 기관지염에서 다시 모세기관지염으로 약을 받아왔다.
같이 사는 남의 편님은 계속 너무 병원을 자주가는게 아니냐는데, 모르는 소리.
잠못들 정도로 아파하는 아이를 간호해보지 않았으면 말씀을 마시지요..
미리미리 진료보고 약처방 받는게 한창 성장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안도감이라는걸 모르시는게지요.
작년 이맘때 아이는 간헐성외사시로 눈수술을 했고, 이번주 목요일 서울대병원 정기검진이 예정되어있다.
그 전에 열이라도 나거나 컨디션이 더 나빠지면 진료 예약 변경해야하고, 언제로 밀릴지도 모르는데 지켜보지 않고 병원에 가지 않고 지켜봐야하는 건 아니잖아요.
강하게 키우고 싶은 맘 알지만, 아이가 체질이 약한걸 우짜라고요.
10월 한달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게 어느덧 곧 11월이다.
아들 케어한다고 운동도 못가고, 우쿨렐레 수업도 못가고, 오랜 약속도 다 펑크나서 본의아니게 자중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로 어제.
저녁설거지를 마치고 재택근무하러 앉은 자리에서 아들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포스트잇 쪽지를 발견했다.
근무하는 노트북 상단에 붙여놓은 아들의 쪽지를.
울컥.
뭉클.
또르르.
아들은 나를 지켜보았나보다.
내가 힘들어 보였다보다. 그 속내를 들킨 것 같아 미안함에 그만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밤마다 이야기했다.
엄마 잠 못자서 어떡해~
괜찮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괜찮아 보이지 않았나보다.
아들의 정성어린 쪽지를 보며 뿌듯하며 기뻤지만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표현해줘서 고마워, 아들.
난 자주 이야기한다.
스무살 되면 같이 유럽여행가자고.
사진찍어달라고.
6학년 졸업여행은 중국 서안 진시황릉 보러가자하고.
중3 졸업여행은 일본으로 가자하고.
고3 졸업여행은 유럽으로 가자하고 있다.
엄마의 20년.
그 11년이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