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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줘?

by 오천사

6개월에 한 번 대학병원 안과진료 대기 중에

열두 살 아들의 한마디.




아들은 간헐성외사시 판정을 받고

일곱 살에 한번 수술을 하고, 열 살에 재수술을 했다.


간헐성외사시는.

평상시엔 거의 증상이 안 보이다가 졸리거나 피곤할 때 간헐성으로 눈의 초점이 빠지는 증상이다.


10개월 때 친정아버지가 발견하셔서 말씀해 주신 다음날, 당장 대학 병원을 알아보았지만 진료대기가 만만치 않았다. 일단 동네에서 제일 큰 안과병원에서 진료를 보다가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보게 된 지도 어언 6년.


자차를 이용해서 올 때도 있지만 주차장도 복잡하고, 차도 막히고 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한 지 좀 되었다.


지하철을 타고, 종로 3가에서 마을버스를 타면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바로 앞에서 하차를 한다.


아들은 지하철에 앉자마자 책을 꺼내드는 나를 보고, 지하철에서 책 보는 사람이 없다며 휴대폰을 달라는 시늉을 했다. 아마 눈 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여느 엄마와 마찬가지로 쉽게 휴대폰을 건네주었을지 모르지만 어렸을 때부터 안과 진료를 보기 시작해서 두 차례 수술까지 하게 된 지금 휴대폰으로 인한 전자파는 나에게 달갑지가 않다.

그래서 아이가 챙겨 온 책을 건넸고, 그런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책을 펼쳐 들었다.


그리고 하차를 했고.

병원 진료를 대기하며 간식을 챙겨주고, 학원숙제를 챙겨 와 대기석에서 숙제를 하는 아이에게 숙제를 다 마치고 휴대폰 게임 15분을 허가했다. 그리고 진료 마치고 뭐 먹으러 갈까? 했더니.


그때 아이의 한마디.


엄마, 오늘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줘?


(내가 언젠 안 잘해줬나..ㅡㅡ)


기특해서.

지하철에서 휴대폰 보지 않은 것도 기특하고

진료 대기 중에 숙제하고 있는 것도 기특해서,

맛있는 것 같이 먹고 싶네.


진심이었다.


점점 사춘기를 향해가는 아이거늘

오늘 아침에도 아이 엉덩이를 빵빵 때렸더니

기분이 나쁘다며 하지 말란다.


그래도 금방 기분 풀려서 하는 말은


기분 좋게 가자, 엄마.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점심을 먹고

근처 대학 캠퍼스 탐방도 하고, 간식으로 20여 년 전 자주 왔던 그 분식집에서 맛난 떡볶이와 어묵꼬치도 한 개씩 사이좋게 나누어 먹고 왔다.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베트남 음식점

오랜만에 찾은 분식집!




아이는 오늘을 또 어떻게 기억할까.

정기검진 결과 또한 좋아지고 있어서 언젠가는 오지 말라 하시겠지만, 그날이 오기까지 1년에 두 번 데이트가 나는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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