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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프 May 26. 2023

5911-2305 Special Stuff


"2023년도 울산국제환경사진페스티벌 특별전 갤러리 후원 개인전"




-작가노트-

사진을 배우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진에서 요구되는 철학적 사고와 미학적 소양이 만만치 않음을 깨닫고 나서 크게 좌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정립하지 못해 고민하기도 하였다. 그러한 흔들리는 순간이 올 때마다 이론 서적을 힘들여 꾸역꾸역 읽어 보기도 하고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나와 방황하듯 거리를 헤매며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가다 보니 낙엽 쌓이듯 조금씩 실력이 쌓여가고 거기에다 덤으로 창작의 즐거움까지 누리며 사진에 매료되어 있는 이즈음에 과분하게도 첫 번째로 개인전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1839년 사진이 발명되고, 사진이 회화의 종속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순수 사진예술로 인정받기 까지는 많은 사진가들의 노력으로 기술적 혹은 예술적 표현 방법을 발전시킨 덕분이었다. 특히, 정물 사진은 다게레오 타입의 사진이 발명되기 훨씬 이전에 니엡스에 의해 “식탁”이라는 정물사진이 실험적으로 시도되었을 만큼 역사가 오래되었다.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러 정물사진은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시대적 한 사조(思潮)를 이루고 숟가락, 포크, 와인 잔, 과일, 등 일상의 하찮은 대상을 탐구하고 있다.
 
정물사진으로 유명한 구본창의 “비누”와 “백자”에서 작가노트를 보면 “비누”에서는 쓰다가 조금남은 비누에서 형태가 점점 없어지면서 시간은 축적되고 스스로 없어지면서 때를 벗겨내는 숭고함까지 생각했다고 하고, “백자”에서는 백자의 외형적 형태보다는 내면에 흐르는 깊고도 단아한 감성을 파고들었다고 한다.

이렇듯 사진은 단순히 사물을 재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작가의 철학적 사고와 미학적 아름다움이 깊이 녹아 있는 예술작품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러함을 바탕으로,
 “5911-2305 Special Stuff”는 나의 삶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같이 하는 사물들을 오브제로 삼고 그것들이 내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기로 한 데서 시작한다. 
 “5911-2305”는 태어나서 오늘날에 이르는 삶의 기간 코드이고 “Stuff”는 잡동사니를 의미하니, 제목은 “삶을 같이하는 보잘것없지만 특별한 물건”정도로 해석하면 되겠다.
촬영 프로세스는 먼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생활 주변에 흩어져 있는 사물 중에 특별히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물건의 리스트를 작성한다. 

두 번째로 박물관에 비치한 보물들의 도록(圖錄)을 만드는 방법으로 스튜디오 촬영을 함으로 오브제로 사용된 사물 하나하나에 보물과 같은 지위를 부여하는 방식을 택한다. 

마지막으로 각각의 사물에 코드와 이름을 명명(命名)하고 짧은 글을 덧붙인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 주변에 흩어져 있는 사물들 중에서 허투루 존재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비록 물질적 가치는 하찮은 것이라 할지라도 존재하는 합당한 사유와 나름의 소소한 사연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 “5911-2305 Special stuff”프로젝트를 통해 사물 각각에 특별한 이름을 부여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며 깊은 교감을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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