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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프 Apr 11. 2023

비에 대한 단상

봄비


봄비.

낡은 필름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에 묻어 스크린에 내리던 비와 같이 감성이 영혼으로 스며드는 비.





봄비가

천천히 걸어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추적추적 내린다.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LP판에서 재생되는 음악의 미묘한 잡음처럼 따뜻하고 정겹다.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이 노화되어 무디어진 청각 때문이라면 서글픈 일이나, 

한편으로

적당한 소음조차 감성적으로 승화시키는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위로를 받는다.


빗방울이 내려쓴 우산 끝을 타고 툭툭 떨어지면서 앞서 내딛는 신발을 가볍게 적신다.

신발이 젖어 가는 만큼 상념(想念)의 세계로 빠져 들어 마음이 촉촉이 젖어 가라앉는다.


한참을 걷다 보니


이윽고, 빗물이 바짓가랑이까지 젖어 온다. 

그럼에도 

빗방울을 지르밟는 발걸음을 멈출 수 없는 것은 

무념무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빗소리의 최면 때문이다.


그래서


봄비는 마음을 정화하는 치유의 단비이다.





봄비는 초록 빛깔의 에너지 음료이다.


초록은 싱그러움의 상징이고,

그 초록을 오롯이 품어 세상에 흩뿌리는 봄비는 

지친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초록 빛깔의 에너지 음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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