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프 Nov 08. 2023

비에 대한 단상

가을비



가을에 가을을 더하여 가을비가 되었다.



가을엔 
 
시간의 흐름조차 떨어지는 낙엽처럼 휘리릭 지나는 듯싶지만, 유채색으로 물들어 곱게 쌓인 낙엽더미를 지르밟으며 걷는 나의 발걸음은 언제나 라르고(Largo) 혹은 아다지오(Adagio) 템포에 맞춰져 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뭐 그리 아픈 사연이 많은 지, 무심하게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에게 마저도 이리저리 휘둘리는 낙엽들이, 애잔한 이야기들이 몸부림치며 나 뒹굴고 있다. 


가슴을 저미며 전해올 것 같은 사연들은 귀에 꽂은 음향기기를 통해 들리는 “시크릿가든(Secret Garden)”의 뉴에이지 음악 선율이 더해져, 깊어 가는 가을을 이야기할 시놉시스 한편에 고스란히 담길 것 같다.


그래서


저물어 가는 가을빛은 오래된 총천연색 필름영화처럼 애잔하고 아련하다.




가을은


나에게 있어 가을은 마음속의 작은 헝클어짐이다. 사람들은 만추(晩秋)의 깊은 정취에 젖어 아름다운 가을이라 노래하고 있지만…
 
나의 가을은 곧 겨울이 있음을, 혹한의 겨울이 있을 수도 있음을 미리 마음에 담아두고 있기에  쉽게 마음의 상처를 입고, 또한 이 좋은 가을빛의 향연을 마음껏 즐기지도 못한 채, 마음은 잔인한 겨울의 그림자에 가리어져 있다. 
 

그러면서도 

여리고 흔들리는 나는 집시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꿈꾼다.


이렇듯 종잡을 수 없는 가을에 대한 나의 감정선은 공기 중에 습기를 모은 듯 축축 늘어지고

가을에 가을을 더하여 가을비가 되어 내리는 모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에 대한 단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