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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 ming Jan 04. 2023

겨울 속초

2022.12.29~12.31

속초에 왔다.

고등학교 이후로 건 5년 만의 가족여행. 이제 우리 가족에는 아이가 없다. 그 말이 무슨 말이냐면 나와 내 동생이 소인의 영역에 속하지 못하다는 것. 입장료의 제 값을 내야 한다는 것. 좋은 점도 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술을 들이켤 수 있다는 것 정도? 그래서인지 이번 여행은 유달리 특별했다.









커져버린 몸 탓에 비좁아져 버린 4인용 승용차를 타고 동해대로를 달렸다. 오로지 직진만 하면 되는 동해대로는 자칫 단순하지만, 창 밖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오히려 반대였다. 지루할 틈이 없었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러닝타임이 길지만 명작은 명작.

새해를 준비하는 영화로 재격이었다.

가치관이 흔들리는 중이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돈보다 귀중해..








속초로 가는 도중 강릉에 들렀다.

즉흥적으로 들린 아르떼 뮤지엄은 정말 멋졌어…

Part2. 명화 전시회가 꽤나 인상적. 퀄리티가 루브르 못지않다. 제일 큰 장점은 알아서 그림이 바뀌기 때문에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점. 장점이 아닌가..?

문득 플로럴한 향이 코를 찌른다. 향기가 기억을 지배하려는 수법이군. 2D 미디어 아트인줄 알았건만 4D였어.









예쁜 그림이 좋다.

예쁜 것을 보면 생각도 예쁘게 하거든.







큰일이다. 해산물이 맛있다. 내 사전에 조개구이는 없었는데요.. 하다못해 굴도 먹을 만해. 입맛이 바뀐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진짜 어른이 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고. 엄마는 계속 또 오해영이 심어준 환상이라고 한다. 엄마 중요한 건 에릭이 없어…









등산을 좋아한다. 한 번 올라가면 도전의식이 생기거든. 그렇다고 해서 설악산을 등반한 것은 아니다. 그 정도의 용기가 생기려면 얼마나 나이를 더 먹어야 할까.


케이블카의 힘을 빌려 도착한 산 정상의 날씨는 정말 최고였다. 겨울산이라 기대 안 했는데… 왠지 이번 연도에는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등산로 근처에서 산양도 봤거든! 행운의 부적 쾅쾅.









런던엔 런던아이. 속초엔 속초아이.

비싼 가격에 기나긴 대기. 낭만에 속아 오늘도 돈과 시간을 허비한다.









일몰시간에 맞추어 타려고 했건만, 아쉽게도 예상보다 일찍 탑승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예뻤다. 속초해변의 핑크색 하늘과 그에 맞춘 핑크색 탑승차. 찰떡이군.









이렇게 말하면 가식적인 것 같지만, 나는 바다도 좋아한다. 산과 바다는 양자택일 하기 어려운 문제야.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바다에 비치는 윤슬을 사랑한다. 그것만큼 반짝거리는 게 없는 것 같다.



일몰 때가 되면 윤슬은 사라진다. 대신 파도의 포말소리가 더 커지고, 바다의 푸른색깔이 선명해진다. 오히려 좋아. 매번 느끼는 거지만 동해바다는 참 깊고 푸르구나… 코끝이 시리게 춥지만, 겨울바다는 나름의 매력이 있다.










속초중앙시장에서 아바이 순대와 오징어순대를 먹었다. 센스 있게 소스가 세 종류나 나왔군. 간장, 쌈장, 새우젓. 순대전골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목욕베개


저녁에 숙소로 돌아와 마지막 야식을 먹고 목욕을 하였다.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쳇 베이커의 음악 리스트를 들으며 호가든 로제 마시기. 여기가 천국인가요? 베쓰밤만 있었다면 완벽했을 텐데. 아쉽군.









마지막날 아침. 일출시간에 맞추어 해돋이를 보려고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엄마랑 호다닥 루프탑에 갔더니 벌써 사람들 한가득. 나 빼고 다 부지런하네. 2022년의 마지막 해. 올해를 갈무리할 때가 왔다. 첫인사보다 끝인사가 중요한 법이니까… 잘 보내줘야 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지. 끝인상이 훨씬 오래간다고.









속초는 없는 게 없다. 산도 있고, 바다도 있고, 호수도 있다. 그래서 맛있는 것도 많은 걸까?? 영랑호에는 헤엄치는 오리도 있고, 얼음도 있다. 너무 커서 그냥 바다 같네. 운동하기 정말 멋진 풍경이야. 하지만 난 게을러서 절대 안 할게 뻔하다.









새해전날임에도 영금정에는 벌써 사람이 많았다.

우리 가족은 사람 많은 걸 극도로 싫어한다. 뭐 다들 그러겠지냐만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겪는 주차난과 수많은 인파가 성가시고, 버겁다. 특히나 올해의 경우 가슴 아픈 일도 있어서 더 그래… 영금정 옆에서 장사를 하시는 가게 사장님은 벌써부터 내일의 장사를 포기하셨다. 첫해가 아닌 마지막 해를 선택한 나를 칭찬해. 어차피 똑같은 해. 신정 아침에는 집에서 푹 잘 거다. 그리곤 떡국을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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