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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Aug 14. 2024

뇌출혈 환자의 돈걱정

  "나 밥 이거 다 못 먹어. 절반씩 나눠 묵자잉"


  매 끼니마다 친정 엄마는 간병하는 나를 챙긴다. 돈 걱정이 되어서 내가 식사를 안 한다고 생각하시나 보다. 사실 나는 아침에는 잘 먹히지 않아 빵 1~2개 조각과 커피면 된다. 평소에도 그렇게 먹으니 말이다. 그리고 점심도 간단하게 먹고, 저녁도 소식을 하는 편이다. 밥 먹는 걸 즐기지 않은 탓에 집에서도 그게 습관이 되어 있다. 그렇기에 병원에서도 크게 다를 것 없이 먹고 있다.

  하지만 친정엄마는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시고 계신 것이다.


   "아냐~~ 엄마 다 드셔요. 재활 치료받으려면 잘 드셔야 해. 일반식 드시기 얼마 안 됐는데 잘 드셔야지. 나야 먹고 싶으면 보호자식 시켜 먹어도 되고, 편의점에서 도시락 사 먹어도 되지."

  "아녀. 내가 절반 묵을 테니까 너 절반 묵어. 옛날에 너희 아빠 입원해 있으면 항상 그릏게 묵었어. 그래도 괜찮애."


아끼는 것이 생활화되신 엄마는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병원비를 아끼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고 말이다.


  내 기억 속의 엄마 모습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2~3학년때였다. 평소 배가 자주 아프고 변비가 심했던 나는 늘 엄마에게 "엄마, 배 아파."다. 심한 감기에 걸려도 두드러기가 심하게 나도, 심지어 어깨가 탈골이 되어도 엄마는 우릴 병원에 데리고 가질 않으셨다. 병원이 차로 2시간 넘게 걸리고 의원도 차로 30분 거리였으니 당연했을 것이다. 게다가 차도 없는 집이었으니. 자연 면역으로 이겨냈어야 했고, 경험이 있는 마을 사람에게 부탁을 하며 질병을 이겨나가야 했었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배가 아프던 난 결국 배를 안은채 뒹굴뒹굴 굴렀다. 병원 입원이 시급해졌다.

   그렇게 난 처음으로 병원이란 곳에 갔고, 입원을 하게 되었다. 엘리베이터를 처음 타봤고, 대리석 바닥을 처음 걷게 되었다. 장폐색이 원인이었던 나는 며칠의 처치와 치료로 괜찮아졌다. 그리고 금식이 풀리게 되었다. 금식이 풀리고 식사 때 맛난 냄새와 함께 식당차가 내게 밥을 주고 갔다. 그러면 엄마는 없어졌다. 나는 혼자서 밥을 먹고, 밥 먹은 걸 치웠다. 궁금했다. 엄마가 식사 시간 때가 되면 어디로 사라지시는지...

  어느 날 얼른 식사를 하고는 긴 복도를 따라 걸었다. 복도 끝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그곳을 향했다. 환자들이 먹은 식판들이 수북하게 쌓여있고 설거지를 하는 식당 세척실이었다. 그곳에서 엄마는 설거지를 하고 계셨다. 옆 사람과 웃으면서 그릇을 씻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엄마~"라고 소리쳤다. 엄마는 나를 바라보고는 얼른 가라는 손짓만 하셨다.

  다음날도 난 얼른 식사를 하고 엄마가 일하고 계신 곳으로 갔다. 엄마는 전날과 같이 퐁퐁 가득한 설거지통에서 그릇을 하나씩 꺼내 설거지를 하며 옆사람과 얘기 중이었다.

   "아지매는 왜 이렇게 설거지해요? 여기서 일하시는 분은 아닌 것 같구먼."

   "아~우리 애가 입원 중인데, 이렇게 설거지 쪼까 도와주면 밥 준다고 하던데요!"

그제야 엄마가 식사 시간만 되면 사라지는 이유를 알았다.



  

   치료에 집중해야 할 분이 이렇게 병원비 걱정, 돈 걱정을 하시는 모습을 볼 때면 안쓰럽다. 그리고... 때론 화가 날 때도 있다. 물론 우리 사 남매도 걱정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치료가 단시간에 끝나지 않을걸 알기도 하고, 또한 부모님이 모아둔 재산이 없기도 하고, 주소득자였던 엄마가 이제는 더 이상 일할 수 없으므로 앞으로의 부모님 생계도 걱정이 되기는 하다. 노후 준비를 전혀 못한 게 큰 질병 앞에서 이렇게 티가 나는 법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치료받는 사람은  본인의 재활 치료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말했다.


  "엄마~~~ 그동안 내 몸 돌볼 틈 없이 우리들 키우랴, 시부모님 챙기랴, 아빠 보살피랴 살았으니 이제는 엄마 몸만 챙기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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