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usasi kang Jun 20. 2023

(3) 피트니스센터 빌런

  제가 근무하는 곳에서 차로 6~7분 정도 가면 면에서 운영하는 무료 피트니스센터가 있습니다. 중학교 옆 2층짜리 건물에 위치하고 있는데 2개의 실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트레드밀과 몇 개의 운동기구가 있는 유산소 운동방, 하나는 근력 운동을 위한 벤치프레스 등이 있는 방. 작년에 그 존재를 알고는 새벽에 이곳에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주로 달리기를 하기 때문에 유산소 방에서 운동을 합니다. 가끔 시간이 허락되면 하체, 상체, 복근 운동을 할 때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입소하고 담임을 맡으면 최소 6시 40분까지 교실로 가야 하기 때문에 새벽 시간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부담임 때는 5시 40분 정도에 일어나고 담임 때는 5시 10분 정도에 일어나서 피트니스센터로 갑니다. 시골 지역이라서 그런지 제가 오기 전부터 몇몇 분들은 꾸준히 운동을 하고 계십니다. 새벽에 운동하시는 분들은 나이대가 대부분 높다 보니 액면상으로 제가 제일 어려 보였습니다. 파견 와 있는 곳이고 저의 본거지도 아니기에 사람들을 보면 깍듯하게 인사를 했습니다.

  새벽 달리기는 기온과 체력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거리는 5~6km, 속도는 10.5~12km/h로 뜁니다. 시간상으로 25분에서 32분 정도를 뛰는 것 같습니다. 1km를 돌파하고 나면 땀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5km를 넘어서는 순간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하고 트레드밀 주변도 땀이 떨어집니다. 일반적인 사람이 보면 '뭐 저리 땀을 많이 흘리지'하고 생각할 정도로 땀이 많은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수건과, 운동기구를 닦을 수 있는 휴지 등을 준비해서 갑니다. 

  어느 날 운동을 마치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트레드밀에 흘린 땀을 닦았습니다. 버튼을 누르는 판, 손잡이 부분, 트레드밀을 지지하는 앞부분 등 꼼꼼히 땀을 닦습니다. 그리고는 옆방으로 이동해 하체 운동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60-70대로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크게 소리치면서 저를 부르시는 겁니다. 저도 놀라 따라가 보니 화장실에 가서 휴지를 떼 오라는 겁니다(명령조로). 이유를 묻자 땀이 트레드밀 돌아가는 쪽에 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확인해 보니 정확하게 두 방울 떨어져 있었습니다. 깨끗이 닦는다고 닦았는데 실제 움직이는 곳은 닦아도 표시가 잘 나지 않습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다시 닦았지만 크게 표시는 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운동을 하러 옆 방으로 이동하는데 남편으로 보이는 사람과 다른 노인분 이렇게 3명에서 구시렁거리며 뭐라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순간 화가 솟았지만 참았습니다(좋지 않은 말이었음). 

  운동을 하면 땀이 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땀을 흘리면서 누군가는 체중을 빼고, 누군가는 근육을 키우고, 또 누군가는 순환기능을 좋게 합니다. 산책하듯 걷는 것도 운동이고, 헐레벌떡거리며 뛰는 것도 운동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대로 운동을 하면 되는데 땀에 대해서는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저도 충분히 그것을 이해하기에 다음 사람이 쓰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지만 과하게 예민하게 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냥 조금 민감한 사람이겠지'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에도 운동을 하러 갔습니다. 비슷한 시간대인데 오늘은 사용하지 않는 트레드밀에 전원이 켜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그 3 사람 중 한 분이 트레드밀 위에서 천천히 걷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전원을 끄지 않고 갔나 보다 생각하고 운동을 하려는 찰나 그 노인분이 갑자기 소리를 치십니다. '거기 자리 있어요. 딴 데 가서 하세요'. 영문도 모른 체 저는 조금 오래돼서 삐그덕 소리가 나는 트레드밀로 가서 운동을 했습니다. 30분을 뛰었는데도 다른 사람은 오지 않았습니다. 마무리를 하려는 그때 어제 땀 닦으라고 난리 치셨던 그 부부가 들어와서 미리 켜 놓은 트레드밀 위에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일종의 자리 잡아주기였던 셈이지요. 순간 다시 화가 났습니다. 지금 당장 사용할 것도 아닌데 30분 넘게 전원을 켜놓는 것도 모자라 운동하고 싶은 다른 사람의 의지를 꺾었으니까요. 여기서 언쟁을 벌이면 싸움이 될 것 같아 그냥 참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의 행동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을 겪으니 이 지역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행동할까? 궁금해서 저녁에 운동을 와 봤습니다. 하지만 저녁에는 고등학생들과 젊은 분들이 많이 왔는데 자리 잡기는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 방해되지 않게 세심하게 운동하는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나이로 인한 세대갈등을 부추기려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도 사실이고요. 그들은 때때로 저에게 이 피트니스센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자기들의 공적은 무엇인지, 이 지역에서 자기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 저는 전혀 관심 없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 속에는 '내가 이곳의 진짜 주인이다. 너 같은 외지 애송이가 뭘 알겠느냐'라는 의식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집요하게 사는 곳과 하는 일을 물어보고, 개인사까지 물어보는 불편한 행동에 저는 이런저런 둘러대기 기법으로 대화를 단절해 왔습니다. 

  제가 알기로 그곳은 면에서 운영하는 공적인 피트니스센터입니다. 지역 거주자나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누구가 차별 없이 이용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사용하고 있는 곳입니다. 굳이 주인 행세를 하고 싶은 마음이 어디에서 발현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행동으로 주변사람들은 부정적 감정이 깊어질 뿐입니다. 

  사해가 소금 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 것은 나가는 물줄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들어오기만 하다 보니 순환이 되지 않아 점점 생물들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하게 된 것이죠. 안정을 추구한다는 목적으로 변화를 배척하고 경계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수적인 색채가 짙어집니다. 지키려는 마음이 강해지면 결국 악수를 두게 되고 퇴보하게 됩니다. 고 신영복교수님께서 변방을 찾아서를 통해 말씀하셨듯이 변방은 새로운 창조를 위한 공간입니다.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결국 쇠퇴하는 중앙을 대체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분들이 과거에 빠져 내세우는 엉터리 논리와 행동은 결국 쇠락을 맞게 됩니다. 올바른 피트니스 예절과 운영 방법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입지는 좁아질 것입니다. 마음의 상처를 받기 전에 그분들의 변화가 나타났으면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3) 가깝다고 많이 아는 것은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