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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연화 Feb 06. 2024

여전하지 않은 나


 ‘이게 아닌데’

 

 종일 따라다니는 한 문장. 무엇을 해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좋아하는 걸 해도 심드렁하고, 그간 착실히 일군 일상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했다. 별다른 일이 생긴 것도 아닌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지울 수 없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내가 왜 이러지’

 

 드문드문 스치는 의문. 나도 모르겠다. 내가 왜 이러는지. 어쨌든 연말연시 내내 하루하루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잔뜩 예민해져서는 싫어병에 걸렸다. 이것도 저것도 싫었다. 오늘에서야 그 병의 원인을 알게 됐고.

 

 지난날의 목표는 이뤘으니 다음 스텝을 밟아야 하는데, 이거 원 발걸음을 어디로 내디뎌야 하나. 마음이 급해 다리 한 짝은 들었는데 이 돌을 밟을지, 저 돌을 밟을지 영 감이 안 잡혀 내내 한 다리로 버티고 있었다. 그러니까 힘들지.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에 몸을 움직였지만, 머리는 멈춰있었다. 아니. 고장이 났다.

 

 요즘의 나는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었다. 여전히 나이지만 여전한 내가 아니게 됐다. 격변의 시기에 놓인 20대 후반을 무시한 것이다. 매일 밤 고뇌하고, 매일 아침 새로운 행동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열심히 살아온 나. 변화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으면서 변화한 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내 안에는 선생님과 학생이 공존한다. 있는 힘껏 나를 가르치고, 가르치는 열정만큼은 아니어도 꽤 열심히 그 길을 따랐다. 기특하게도 교육생이 제법 성장했다.

 

 다시 알아가야 한다. 매일 변화하는 나를 자세히 들여다봐 주지 못했으니, 지금의 나를 알아가야 한다. 이루고 싶었던 목표 말고, 가고 싶었던 길 말고, 해보고 싶었던 거 말고, ‘지금’ 원하는 걸 알아내야 할 시기. 낡은 생각들은 묻어두고 새로운 세상과 세계를 향할 때가 왔다.

 

 지난 내가 하고 싶었던 걸 들이밀면 지금의 나는 관심이 없을 테니. 좋아하던 IPA 맥주가 입에 안 맞듯, 좋아하던 케이크가 이제는 너무 달아 손이 안 가듯. 사소한 입맛도 변했는데, 얼마나 많은 생각이 달라졌을까. 얼마나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됐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나에게 질문할 내용을 끄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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