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리며 뒤척였다. 정당윤리위원회에 소환되어 공개적으로 해명하는 장면까지 상상했다. 페미니즘비판이라는 단어가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정당조직 대표의 노선을 정면으로 건드렸으니, 여혐, 내부총질, 탈당하라는 댓글이 쏟아질 거라고 지레 겁먹었다. 오후 6시 30분, 휴대전화를 껐다. 쉴 새 없이 울릴 알림이 무서워서.
NL비판, 그리고... 페미니즘비판. 특히 쓰다가 지웠던 이 단락이 뇌리에 꽂혀 나를 괴롭혔다.
'내가 보좌하는 정당조직 대표의 입과 글에서... 민주공화정의 기본원칙이 허물어지는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이 문장 하나가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삭제하지말고 기재해놓을까 싶다가도 당론의 이념과 정체성을 정면으로 건드린 문장이 악플로 돌아올 것만 같았다.
다음 날 아침, 숙취처럼 무거운 두려움을 안고,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켰다.
페이스북 알림: 2개
'잉?...뭐고?'
예상했던 악플 알림 대신, 너무도 조용한 알림창이 나를 반겼다.
페이스북 댓글 1개를 확인했다.
"공감합니다"
문자 달랑 2개. 하나는 통신사광고, 하나는 위덕대 총학생회 담당자의 문자다.
"오늘 시간 되시면 연락주세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게 다였다.
"그래 내가 뭐라고...이런 글에 관심을 보이겠어"
당원의 비난도, 탈당요구도, 전화폭탄도 없었다. 밤새 내가 상상했던 거대한 압력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 이게 다야?'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듯 허탈했다. 동시에 안도했다. 내가 상상했던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아주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인데, 굳이 표현하자면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밤새 잠을 뒤척이며 나는 '적'과 싸울 준비를 했다. 직을 걸고 뜻을 관철하겠다는 비장(?)함 까지 장착했다. 조직에서 뭇매 맞을 각오까지 하며 용기내서 쓴 글이었다. 하지만 나의 '문제제기'에 대해 '회의실 사람들'은 아예 대응하지조차 않았다. 이전에 있었던 댓글전쟁은 차라리 격렬한 관심이었다. 하지만 이번건에 대해서, '회의실 사람들'은 논쟁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 관심을 끊었다.
오후에 총학생회장에게 전화했다.
"저희 총학생회와 업무협약 맺을 생각 없으세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총학생회장의 목소리에 나는 잠시 망설였다.
'청년정의당 경북도당'. 그럴싸한 이름이지만 실체는 위원장인 나 혼자다.
당원과 예산은 있지만 사무실도, 없는 1인 영세자영업자에 가까웠다.
"...괜찮을까요? 저희 조직이 워낙 작아서."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