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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바닥의 언어를
'회의실의 언어'로 번역하는 법

두 번의 논평과 어머니의 실루엣

by 백재민 작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몇달 뒤 나는 뉴스를 보다가 일시정지됐다.


"서울대 청소노동자, 휴게실서 숨진채 발견"


과도한 업무량,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매일 계단으로 무거운 쓰레기봉투를 날라야 했던,

그리고 새로이 부임한 팀장의 갑질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70713470005440


뉴스가 내비친 청소노동자의 실루엣에서 어머니가 보였다.

어머니는 남편과 헤어진 뒤 평생 일하셨다.

식당에서, 마트에서, 의료기기생산공장에서.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정규직으로 일하다가도 사측이 일방적으로 해고하거나 계약을 끝내버리면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했다.


문제는 어머니가 능력이 없다거나 배우지 못한 게 아니라,

오늘날 우리사회가 돌아가는 원리가 어머니 같은 사람들을 사지로 내몬다는 것에 있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도 누군가의 어머니였을 것이다. 누군가의 아내였을 것이고, 누군가의 딸이었을 것이다.

그가 죽어서야 우리는 그의 존재를 알았다.


나는 또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다시한번 볼품없는 손을 키보드에 올렸다가 다시한번 손을 책상아래로 내리며 몸을 배배꼬았다.


'어떤 말로 시작해야할까... 괜히 어설프게 논평냈다가 비웃음거리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두려움은 허상이라 말하던 내가 떠올랐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 역시 이제 알고 있다.


서툰 글솜씨로 제목과 서문을 적어내려갔다.


<노동자가 민주공화국의 시민입니다>


제목을 이렇게 정했다.

"너무 거창하나?" 싶다가도

나의 논조를 이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한 제목은 찾을 수 없었다.


지난해 6월,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자세한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도한 업무량과 직장 내 갑질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타이핑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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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릿출신 글쟁이. 넓은 스펙트럼을 지향하는 이단아. 평론과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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