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틀리지 않은 말,
와닿지 않는 말

이대남의 심리를 '교과서'의 언어로 지적하다

by 백재민 작가

그 즈음해서 이준석현상이 대두한다.

여의도는 그의 이름으로 가득 채워졌다.

30대 당대표 이준석이 쏘아올린 공은

'여성가족부 폐지'와 '통일부 폐지'라는,

진보진영 입장에서는 상당히 도발적인 이슈를 일으켰다.

정의당과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단체와 운동권은

그를 '혐오를 조장하는 포퓰리스트'라며 맹비난했고,

보수진영의 20대 청년들은 열광했다.

나는 그 소란의 한가운데서, 짐짓 냉철한 척 분석을 시작했다.


"이건 단순히 부처폐지의 문제가 아니야. 이준석이 베이스에 깔고 있는 건'작은정부론'이야."하며 말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여가부 폐지, 통일부 폐지를 주장하면서 연일 시끄럽다.
이 논란에서 핵심은 여성부나 통일부의 역할론이 아니다.
이는 근원적으로 이준석 대표가 '작은 정부론'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아마 조만간 이준석 당대표는 공공기관의 민영화를 주장하게 될 것이고, 이를 얼토당토하지 않게 청년들의 공정 담론과 연결시키려 할 것이다. 사실 이미 작고 강한 정부는 시효성이 끝난 담론이다. 과거 이명박정부는 교육, 의료, 전기, 통신, 철도, 수도 등의 분야를 작은 정부론을 내세우며 민영화하려 했다.

작은 정부론의 귀결이 결국 불평등이라는 것이, 이미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다. 그리고 이 시대의 시민들은 작은 정부론을 두 가지 이유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첫째, 이미 한국은 물론 전 지구적 불평등이 극심한 시대에, 이 구조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코로나19와 같은 전지구적 재난을 겪으면서, 재난지원금, 손실보상법 등에 대한 다수 국민들의 지지가 높아져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작은 정부는 이명박정부 때 처참한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다. 이명박정부는 집권 초기에 작은정부론을 내세우며 정부 부처들을 폐지했지만, 결국 임기 내에 스스로 폐지했던 정부 부처들을 하나씩 부활시킨 바 있다.

오늘날 청년들이 원하는 '공정'의 핵심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자. '기회는 균등하고, 결과는 정의로운사회를 만들 거라고 한 개혁 정부가 막강한 국가 권력을 가지고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라는 질문이 아니었는가. 더 큰 정부를 원했던 것이 아니었는가.

이준석 당대표가 던지는 여성부, 통일부 폐지 논의가 더 나아가 공공기업을 민영화하고,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고, 수도, 전기, 의료 등에 대한 공적 서비스가 축소되고, 그나마 티끌처럼 존재하던 안정적 일자리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정치로 귀결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땅의 청년들은 '21세기에 맞는 21세기형 복지국가에 살 자격'이 있다.
지금 개혁에 대한 실망이 정치의 보수화로 흐르고 있지만,
그 정치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가 곧 드러날 것이다.
이 시대의 청년들이 그리 바보가 아니다.


나는 내 분석에 꽤나 심취해 있었다. 여성부나 통일부의 존폐는 껍데기일 뿐, 본질은 공공의 영역을 축소하고 시장에 맡기려는 신자유주의적 '작은정부론'의 부활이라고 봤다.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마치 시대를 꿰뚫어 보는 지식인이라도 된 양 자판을 두드렸다.


과거 이명박정부의 실패를 들추고, 공공기관 민영화의 위험을 경고했다. 코로나19 시대에 필요한 것은 국가의 책임강화(큰정부)이지, 각자도생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백재민 작가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스트릿출신 글쟁이. 넓은 스펙트럼을 지향하는 이단아. 평론과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16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7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