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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사과 Oct 21. 2022

Hej då. 안녕, 스웨덴.

저녁노을이 질 때면 커다란 창문을 통해 햇빛이 가득 들어와 노랗게 반짝이던 내 방을 참 좋아했다. 입주하기 전과 똑같이 깨끗한 상태로 돌려놓고,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었다.


산더미처럼 버렸는데도 한국에 부칠 짐이 한가득이었다. 졸업하고 귀국하는 일본 친구들과 같이 린다에게 우체국까지 운전을 부탁했다. 마지막 날은 아침을 먹으며 아직 카펠라고든에 남아있는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우체국으로 가서 짐을 부친 후, 다시 양손에 캐리어를 끌고 버스를 탔다.


내 인생에 이 다리를 다시 건널 수 있는 건 언제일까. 칼마르에 도착해 바로 코펜하겐으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욀란드를 떠나는 아쉽고 복잡한 마음을 아는지 마침 날씨도 비가 올 듯 흐렸다.




섭섭한 마음도 잠시, 경유지로 들른 암스테르담에서 카펠라고든 친구들과 다시 합류했다. 미리 스웨덴을 떠나 유럽여행을 하고 있던 친구들이었는데 마침 시간이 맞아 반나절 동안 같이 관광을 할 수 있었다. 다시 만나서 어찌나 반가웠던지. 


암스테르담은 정말 멋진 곳이었다. 귀엽고 아기자기하면서 고급스러운 유럽 느낌이 뒤섞이 매력 있는 도시였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며칠간 여행하고픈 곳이다.




암스테르담을 떠나 인천에 도착했다. 한국에 돌아왔다니 믿기지 않았다. 일 년만의 서울은 대도시의 편리함과 다이내믹함을 금세 일깨워주었다. 자연을 좋아하지만, 내가 얼마나 도시의 삶을 그리워했는지도.


스웨덴에서의 경험에 대해서는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건드리면 톡 터질 것 같은 마음과, 정리되지 않은 무언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내가 할 일은 일상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사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이가 맞물리듯, 마치 서로 연결되어있던 것처럼 나의 스웨덴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는 날이 오겠지. Hej då. 안녕, 스웨덴!


일 년동안 나의 보금자리였던 방
욀란드를 떠나는 다리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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