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르게 앞치마를 두르려는 분들에게
2013년도부터 2020년도 까지 여러 대중매체에서 요리를 다룬 프로그램들이 많이 방영 됐다. 그로 인해 높은 인지도를 얻게 된 세프들은 이른바 '스타셰프'라고 부르며 승승장구하는 듯한 모습이 많이 노출 됐다.
물론 1인 가구가 증가하며 물가 상승 등 여러 사회적 요인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당시에 '셰프', '요리사'라는 직업은 분명히 각광받았었다.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주방에 대한 로망이 생기고 진로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미 다른 직종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 마저 주방 쪽으로 진로를 변경할 만큼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정말 주방으로 오게 한 것은 다름 아닌 '급여'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더래도 주방 쪽은 높은 시급이 보장 됐다. 진입장벽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정직원이 되면 웬만한 회사원 보다 더 높은 급여를 받았다.
당장의 높은 급여와 자신의 로망이 합쳐져 명확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무작정 주방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한 달도, 일주일도, 하루도 아닌 점심 서비스 후 매장에서 도망쳤다.
하지만 당장 구직 사이트에 보면 실제로 요리사들의 급여가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말 요리사들은 급여가 높을까?
여러분들이 실수령으로 받는 급여는 다른 사람들 보다 높을 수 있지만, 그것을 시간으로 계산하면 일반 회사원들과 같거나 그것 보다 더 낮을 것이다. 그들보다 급여가 높은 이유는 정말 단순하게도 '일하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대체로 업장에서는 요리사들에게 계약 시 09시 오픈 , 21시 마감이다는 식으로 근무 시간을 말해준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은 그 시간에 나와서 근무를 하는 것이 아닌 1시간 정도 일찍 나와 매장 컨디션 확인 및 식자재 전처리가 들어가고, 매장 마무리와 발주 등을 끝으로 1시간 정도 늦게 퇴근을 한다. 물론 회사원들도 야근이나 출장 등 여러 추가 근무의 환경에 노출 돼있지만 요리사들에게는 저것이 생활이다. 불평을 토로하면 '배우러 온 것 아니냐, 자세가 안돼있다', '이런 것도 모르고 주방에서 일하려고 했느냐' 식의 답변이 돌아와 마치 본인이 주방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핀잔받기 일쑤다.
물론 모든 업장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법적으로 근로자 보호가 강화되면서 많이 완화되는 추세다.
이렇게 급여가 높은 것으로 인해 요리사를 해야 한다는 메리트는 사실상 0에 수렴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이것만이 문제냐?
주 6일 근무와 함께 스케줄 근무제는 본인의 삶을 충분히 영위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고정 휴무가 있는 매장이 아닌 스케줄 근무라면 본인의 일정을 항상 타인과 합의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스케줄 조정이 안 되면 자칫 최대 12일 연속 출근을 하게 될 수 있다. 자신의 삶을 자신이 조율하지 못하고 항상 매장과, 매장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다.
또, 흔히 빨간 날이라 불리는 공휴일은 업장 입장에서 가장 바쁜 날이다. 모든 사람들이 쉴 때 여러분들은 그 사람들의 추억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물론 요리사라는 직업에 큰 뜻이 있다면 어려움이 없겠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주방에 들어섰거나 혹은 인간관계에 예민한 분들에게는 생각 이상으로 큰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주방은 단순히 일이 힘들다의 개념이 아니다. 실제로 건강 상에도 문제가 여러 생길 수 있는 환경에 항상 노출 돼있다. 연기나, 날붙이, 화상, 디스크, 관절무리 등 사실 언제 다쳐도 무리가 없는 곳에서 하루 반나절 이상을 보내야 한다.
'요리사가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대단한 직업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직업이 어디 있겠냐만, 내가 당부하고 싶은 말은 말 그대로 '주방을 쉽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이다. 요리에 관심이 많고, 요리를 배우고 싶다면 업장에 찾아가는 것보다 학원이나 유튜브를 통해 집에서 취미 생활로 즐기시는 것을 추천한다. 섣부르게 주방에 들어갔다 몸과 마음을 다쳐가며 본인의 소중한 시간을 잃지 않길 바란다.
곧 죽어도 나는 요리를 매장에서 현장감 있게 배워보고 싶다, 혹은 경험해보고 싶다 하는 분들은 원팩 시스템으로 간단 조리가 활성화된 프랜차이즈들의 PT로 근무해 보며, 본인이 정말 요리에 흥미가 있는지 파악하시고 진로를 결정하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