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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 Jan 04. 2022

안전, 행복, 종식을 위하여

낯선 전쟁,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우리도 언젠가 한국전쟁을 이렇게 볼 때가 오겠죠. 전투가 아니라 전쟁에 대해 이야기할 날이, 적의 잔혹함이 아니라 전쟁의 잔혹함을 이야기할 날이, 오랫동안 끝나지 않았던 전쟁이 사람들에게 남긴 상처를 이야기할 날이, '평범하지 않은 시대를 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할 날이요. -이향규


  전시의 큰 주제라고 할 수 있는 문구이다. 이 전시를 보면서 우리는 현실에 안주하고 있구나, 전쟁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진행 중인데 말이다. 시간이 지나며 흐릿해지는 그날의 기억들. 점점 멀어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 전시는 알고 있지만 무관심했던 것들에 대해서 조명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무관심했던 전쟁, 그리고 전쟁 속의 인간을 탐구한 예술작품을 소개한다. ... 공식적인 설명 이면에 숨어 있는 기억과 낯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훼손된 인간의 존엄에 주목한다.'


전시는 네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 낯선 전쟁의 기억 (Unfamiliar Memories of War)

  2. 전쟁과 함께 살다 (Living with the War)

  3.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 (To Live Like a Human)

  4. 무엇을 할 것인가 (What Is To Be Done?)


자세한 전시 내용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관계로 인상 깊었던 작품 몇 가지만 소개해보겠다.


최대진 <소돔의 120일 동안 일어난 일>


  이는 총소리를 텍스트화 시킨 작품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TATATA가 뭐지? 무엇을 의미하는 거지? 싶었지만 설명을 들은 후에는 소름이 돋았다. 입으로 타타타를 읊조리니 정말 총소리 같았기 때문이다. 판자 뒤에는 울창한 숲의 사진이 있는데 이 또한 작품의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아이웨이웨이 <여행의 법칙> / 벽은 <폭탄>


  입시를 준비하며 굉장히 좋아하게 된 작가 '아이웨이웨이'. 사회 현상을 비판적으로 대하는 그 만의 작업 방식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튼튼한 검정 고무는 전시 상황의 척박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마치 얼룩무늬가 군대를 상징하듯) 난민을 의미하는 것 같은 형상이지만 제목은 <여행의 법칙>이다. 과연 이를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여행이라는 제목이 적합할까? 그러나 작가의 이러한 방식이 더 극적이고 날카롭게 꼬집는 듯한 효과를 준다. 뒤로 보이는 배경 <폭탄>은 이를 뒷받침해주는 것 같다. 입체적인 설치 작업과 단순 벽 작업은 통일되지 않아 동떨어진 상황 같지만, 불가피한 - 실은 공존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깔끔하고 경쾌한 느낌의 타이포 디자인과 달리, 텍스트는 진중하다. 전시장 밖 벽면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벽면 작품들을 꽤 볼 수 있는데, 지나치지 않도록 꼼꼼히 살피면서 다녀야 할 것 같다.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전쟁의 위협, 그 사이의 안전. 과거의 삐라를 모티브로 하였다고 한다. 중간중간에 배치되어 있는 카드에는 'safe conduct pass'라고 적혀있다.




  투명지를 기계를 통해 벽으로 쏘아 띄울 수 있는 작품. (초등학교에서 자주 사용했던 것 같은데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 단순 이미지 작업으로는 표현되기 어려운 내용을 영상이나 텍스트로도 전시하여서 전시의 전반적인 이해를 높이는 것 같다.




  조금 더 자유로운, 완전한 안전, 행복, 종식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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