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따라간 어둠
우리는 아주 잠시, 평화를 느낄 수 있었다.
박스 안은 따뜻했고, 지니는 조심스레 아이들을 품에 안았다.
나는 하루 세 번 밥과 물을 챙기고, 담요를 털고, 핫팩을 갈며 그 작은 생명들을 돌보는 일을 조금씩 익혀갔다.
그 며칠은 정말 잔잔했다.
지니는 박스 안에 오래 머물렀고,
나는 박스 앞에 앉아 “지니야” 하고 불렀고,
지니는 늘 ‘냐옹’ 하고 대답했다.
아주 작고 소중한 루틴이 되었다.
그러나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일기예보엔 낮 기온이 27도까지 오른다고 했고 나는 병원 일정으로 현장에 가지 못하게 되었다.
엄마에게 급히 부탁해 박스 앞 천을 열어
지니가 덥지 않도록 바람이 통하게만 해달라고 했다.
그날 저녁, 지니가 보이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실종이었다.
혹시 누가 데려간 건 아닐까.
지니를 아는 주민들이 많았기에
누군가가 마음 써서 집으로 데려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불안한 마음으로 간식을 챙겨 나왔고,
지니를 가끔 챙겨주던 아주머니에게도 연락을 드렸다.
우리는 지니의 집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지니는 그 자리에 있었다.
혼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내가 부르자 신나게 달려왔고, 아주머니 말씀으론, 아까부터 계속 거기 있었다고 했다.
간식을 달라고 졸라대고, 바닥에 드러눕고, 뒹굴고
그 모습이 어쩐지 낯설었다.
아기들을 어디다 숨긴 걸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굴 수 있는 걸까?
그렇게 한참을 놀다, 지니가 갑자기 일어섰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뒤따라 가보니 아파트 뒷문 창고 쪽으로 향했다.
설마… 진짜 거기?
지니는 그대로 아파트 반지하 창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주머니는 “들어가 봐야겠네요” 하셨고,
우린 함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매캐한 냄새와 먼지, 쓰레기, 거미줄, 시멘트 바닥.
그야말로 청소도 안되어있고 버려진 공간이었다.
지니는 옆 공간의 의자 위로 올라가, 책상 아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기들이 저 안에 있구나.’
우리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나왔다.
지니는 따라 나와서 또 내 옆에 누워 뒹굴며 놀자고 했다.
지금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는 듯한 그 모습이,
마냥 밉기보단 더 안쓰러웠다.
이 날 아주머니는 다음 날 아침,
아이들이 잘 있는지 한 번 더 확인해 보겠다고 하셨다.
다음 날, 아주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보통 카톡을 주고받는 분인데,
이번엔 전화를 걸어왔다.
목소리는 떨렸고, 말도 제대로 안 나오는 듯했다.
“말로 못 하겠어요. 새끼들이… 다 죽었어요.”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예? 다요…?”
“세 마리는 확실히 죽은 것 같고, 나머지도… 모르겠어요.”
급히 달려갔고, 아주머니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죽은 생물을 만지는 게 힘드니 대신 봐달라고 하셨다.
헉! 나야말로 죽은 걸 어떻게 만지나 싶었지만,
비가 쏟아지던 날 힘들게 구했던 터라 안쓰러운 마음이 더 컸다.
창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아주머니가 주신 애견패드를 들고
앞에 있는 아이를 집어드는데
그 작은 몸엔 벌써 구더기가 붙어 있었다.
“으악…”
놀란 손이 저절로 풀려, 바닥에 놓아버렸다.
‘어제 죽은 게 맞아? 하루 만에 벌써 이럴 수 있어?’
무서움과 슬픔, 복잡한 감정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새끼치고는 너무 컸다.
분명 지난 토요일에 애들을 들었을 때만 해도
손바닥 반만 했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죽어있다는 세 마리 새끼들 무늬도 너무 낯설었다.
심지어 밖에서 천연덕스럽게 놀던 지니는
그 와중에도 바닥에 드러누워 간식을 달라 했다.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지금 애들이 안에서 저렇게 있는데 이렇게 여유로울 수 있을까?.”
결국 다시 창고 안으로 들어가
책상 아래, 지니가 내려다보던 그 공간의 판자를 조심스레 들췄다.
그리고 거기서 바닥 안쪽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다섯 마리를 모두 발견했다.
“살아있어요! 여기 다 있어요!”
아이들을 종이봉투에 담아 박스로 옮겼다.
지니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조용히 내 뒤를 따라왔다.
하지만… 아이들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너무 덥고, 너무 차가웠던 곳에서
두 마리는 이미 심하게 지쳐 있었다.
하나는 숨이 없었고,
다른 한 마리는 겨우겨우 미약한 호흡만 남아 있었다.
지니는 더워서 개구호흡을 하고 있었고,
나는 급히 박스를 열어 숨통을 틔우고
종이박스를 만들어 그 안에 새끼들을 옮겼다.
이제야 좀 괜찮아지겠지 싶었지만,
아이들의 모습은 어딘가 이상했다.
움직임이 없었고, 젖도 제대로 빠는 것 같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몰랐다.
새끼 고양이들은 체온조절을 스스로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조금씩, 조용히,
아이들이 식어갔다.
그렇게 나는 두 마리를,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채로 떠나보냈다.
끝까지 지켜주지 못했다는 마음이,
아이들이 없는 자리를 더 쓸쓸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