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의 피보다 무서웠던 엄마의 눈빛

[상처의 기록, 치유의 시작]

by 지인


​열 살, 나의 세상은 교실 구석에서 멈췄다. 아이들의 낄낄거리는 웃음소리는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내 등에 꽂혔고, 나는 그 화살을 뽑아낼 용기도, 누군가에게 도와달라 말할 입술도 가지지 못했다. 따돌림은 조용한 학살이었다. 영혼이 서서히 말라가던 그 시절, 나는 학교라는 거대한 감옥의 투명 인간이었다.


​어느 날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거칠게 달려오던 오토바이에 부딪혀 길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아스팔트에 갈린 무릎에서는 붉은 피가 울컥 배어 나왔고, 살점이 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열 살의 내가 마주한 진짜 공포는 사고의 충격이 아니었다.
​'엄마한테 혼나면 어떡하지?'
​아프다는 비명보다 먼저 터져 나온 건 절망적인 자기 검열이었다. 조심하지 못했다는 비난, 또 사고를 쳤느냐는 차가운 시선, 그리고 이어질 매서운 손길. 나는 흐르는 피를 손으로 꾹 누르며 절뚝거리며 집으로 향했다.


대문 앞에서 숨을 고르고, 피 섞인 먼지를 손바닥으로 문질러 닦아냈다. 무릎의 통증보다 가슴의 떨림이 더 컸다.
​방으로 숨어들어 바지를 걷어 올렸을 때, 엉겨 붙은 옷감과 상처가 분리되며 다시 피가 솟았다. 나는 입술을 깨물고 소리 없는 울음을 삼켰다. 약을 발라달라는 말 한마디면 끝날 일이었지만, 그 한마디가 세상에서 가장 무거웠다.


​나에게 집은 안식처가 아니라 또 다른 심판대였다. 엄마의 눈빛은 무릎의 상처보다 더 깊게 내 영혼을 베었다. 그렇게 나는 상처를 스스로 갈무리하는 법을 배웠고, 동시에 마음의 문을 닫는 법을 익혔다. 나의 함묵증은 그날, 그 피 묻은 무릎 위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마흔이 넘은 나는, 그날 방구석에서 홀로 무릎을 감싸 쥐고 울던 열 살의 지인이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약을 발라주는 대신, 그 아이를 아무 말 없이 꽉 안아준다.

'네 잘못이 아니야, 아프다고 말해도 괜찮아'라고 작게 속삭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