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무너진 자리에 심은 희망의 씨앗

인생의 환절기

by 지인

마흔, 무너진 자리에 심은 희망의 씨앗


​마흔 고개를 넘기던 2020년, 나는 스스로 깊은 굴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세상은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혼란으로 시끌벅적했지만, 역설적으로 나의 방 안은 고요했다. 비말 감염과 접촉의 위험. 대인기피증과 불안을 안고 살던 나에게 '거리두기'는 오히려 합법적인 도피처가 되어주었다.


​종일 침대에 누워 지내는 날들이 이어졌다. 아이들의 식사를 챙기고 숙제를 봐주는 최소한의 의무를 제외하면, 내 영혼은 텅 빈 상태였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아이들이 게임을 하든 유튜브를 보든 상관할 기운조차 없었다. 세상과의 단절, 무기력, 우울. 먹는 것조차 거부하며 줄어드는 체중을 보며 비정상적인 위안을 얻곤 했다.


​일 년이 지날 즈음 누군가 내게 물었다. "올해 어땠어요?"
나는 씁쓸하게 답했다. "마흔이면 뭔가 이루어놓고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아닌 내 모습에 스스로 무너졌어요. 내년엔 좀 낫겠죠."
​십 년 육아 끝에 남은 것은 나이만 먹은 '아줌마'라는 이름뿐이었다. 세상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나만 뒷걸음질 치는 기분. 상실감은 칼날처럼 가슴을 베었다.


그 후 2년, 다시 시작한 일은 공황장애와 불면증을 몰고 왔고, 몸은 수술 자국 두 군데를 남기며 피폐해졌다.
​복강으로 빠진 루프를 제거하는 수술, 그리고 부갑상선 절제술. 수술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지금, 내 몸무게는 76kg을 가리키고 있다. 뱃살은 좀처럼 들어가지 않고 몸은 천근만근 무겁지만, 마흔셋의 나는 이전과는 다른 결정을 내렸다.


​올해, 경희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3학년으로 편입했다. 합격 통지서를 받고 수강신청을 하는 손길이 떨렸다. 예전처럼 흐지부지 끝내버리진 않을까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싶다. 왜 내 마음은 오랫동안 앓아왔는지, 내 뇌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누구에게나 각자의 속도가 있다고 했다. 거북이처럼 느려도 괜찮으니, 이제는 남의 눈치가 아닌 나의 내면을 향해 걸어가 보려 한다.


​하나씩, 차근차근.
무너진 그 자리에서 나는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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