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 나위 없는 서사가 된다
내게 글쓰기는 무엇이었나? 시작은 수업을 하기 위한 배움이었다. 필사, 문단 글쓰기, 에세이 쓰기, 서평 쓰기, 논제 만들기, 토론 수업까지. 여전히 지금도 글쓰기와 읽기를 함께 하며 나의 성장을 위해 달리고 있다. 예전에 비해서 글이라는 것에 조금은 다가선 듯하다. 최근 이러저러한 이유로 글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브런치에 겨우겨우 연재를 올리고, 읽고 쓰는 모임에서 읽고 단상 쓰기가 전부가 되어버렸다. 매일 쓰고자 했던 그 마음은 나를 계속 다그치지만 애써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하고 만다.
나는 작가는 아니다. 읽고 쓰기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어야 가르칠 수 있다는 진리가 나를 채찍질한다. 매일 쓰는 근력을 키워야 한다는 강박에 숨이 차오른다. 두뇌에 여러 가지 것들이 각각의 공간에서 서로 아우성친다. 읽고 쓰는 즐거움을 알아버린 지금 강하게 어필하는 글쓰기의 자아가 슬퍼한다. “너, 작가가 되고 싶은 거야?” 모르겠다. 그것이 아무나 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일류 작가들도 매일 쓰고 메모한다고 하는데 감히 내가.
하지만 글을 쓰면 사고가 확장되는 느낌이 좋다. 읽는 것에서만 그쳤던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저 책을 소비하기만 했다. 내가 느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은 책을 덮으면서 사라졌다. 책을 읽으면 감정에 치우친 글귀들만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글을 쓰며 읽기가 달라졌다. 논제를 생각하고 사건과 갈등을 면밀히 살피게 되었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말을 통해 전달되는 그들의 생각을 읽고 관계를 살핀다. 책을 읽고 쓰지 않으면 개운치 않은 감정으로 일상을 보낸다. 죄책감마저 든다. 마무리가 안된 느낌, 대변을 보고 뒤처리를 하지 않은 느낌이다. 읽고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깔끔하다. 거기에 토론까지 하면 화룡정점(畫龍點睛)
글을 쓰면 내 감정과 생각을 명확히 알게 된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느끼는 모든 것들이 그냥 휘발되고 마는 일상에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성찰하는 것이 글쓰기로 이루어진다. 결국 나에게 글쓰기는 사유하는 삶의 표현이자 결정체다. 읽은 책, 보고 들은 것, 경험한 것들이 내게 글쓰기를 통해 결정체로 남는다. 대단한 글은 아닐지라도 내게는 나만의 역사를 담은 것이다. 이 결정체가 누군가에게 공감을 일으킨다면 더할 나위 없는 서사가 된다.
커버그림 핀터레스트 @Alejnadra Davi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