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수업
“나 자신이 송두리째 죽고, 내가 변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내 것을 유지하고 내가 강하게 유지되는 것은 사랑의 속성이 아닙니다“(p.47)<<강신주의 장자수업 1>><바다새이야기>
“사랑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나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거예요.“(p.49)
사랑을 한다.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좌절할 때 “괜찮다 “고 말한다. 아이들을 그렇게 키웠다. 크고 작은 좌절을 겪으면 그때마다 스스로 딛고 일어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 이상의 힘은 없다고 믿었다. 큰 아이는 스스로의 일을 열심히 계획하여 해낸다. 책도 꾸준히 읽어 기특하다. 작은 아이는 자기애가 강하다. 매일 행복하다며 자신이 너무 좋다고 한다. 둘은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항상 만들기를 하고 놀이를 해도 서로 의견을 나누며 놀았다.
두 아이가 사춘기를 지나고 있다. 큰 아이는 두리뭉실 넘어가는 작은 아이를 못마땅 해한다. 작은 아이는 그런 형이 맘에 안 든다. 스스로의 잘못을 서로 알지 못한다. 이제는 둘도 없는 원수가 되었다. 나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둘도 없는 형제에서 둘도 없는 적이 된 것이 서글프고 아린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장자가 이야기한 <바다새 이야기>에서 처럼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아이들에게 ”내가 바라는 모습“을 기대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이 송두리째 죽지 못 “했기에 아팠다. 두 아이가 싸울 때 ”내가 너희를 이렇게 하라고 가르치진 않았는데……“라며 탄식하는 나를 보고 <바다새 이야기>의 노나라 임금이 보였다.
지금은 공부에 치여 한 치 앞을 못 보는 것이리라 스스로를 위안한다. 생각이 크고 마음이 자라면 아이들도 달라지리라 믿는다. 내게 기쁨을 주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며 나를 비우려 한다. 장자의 <열자 이야기>에서 열자처럼 나를 비우면 “흐트러지지 않은” 내가 될 수 있다. 아직 갈길은 멀지만 서서히 비워내 보고자 한다. 아이들도 뜻한 바를 찾아가리라는 믿음으로 지켜보고 이해하려 한다. 뭔 훗날 “그때는 왜 그랬지? 그럴만했나?”하며 멋쩍게 웃는 날이 아이들에게도 올 것이다. 장자의 이야기는 사람을 한없이 겸손하게 만든다. 장자의 이야기는 끝없이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