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진 화백의 <자화상>
무르익은 벼이삭에 까마귀들이 쉼 없이 오간다.
하늘은 높고 뭉게구름이 유유히 지나간다.
나는 옷을 차려입고 행여 올지도 모를 가족들을 맞으러 큰 길가로 나가본다.
동네 개가 혼자 가는 나를 위로하듯 쫓아온다.
벼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속삭인다.
“곧 가족들이 올 거야, 만나게 될 거야.”
이곳에 있는 동안 내 마음은 편안하고 기쁨으로 찰랑찰랑하다.
황금물결이 내 가슴에 무성하다.
식구들을 하루빨리 만나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발걸음을 재촉하며 서둘러 나아가본다.
“얘야, 어서 따라오너라.”
따라오는 개에게 길을 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