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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어 Jun 19. 2024

궁 산보

너에게 스민다


바쁘게 지나다니는

자동차들,

8차선의 도로 위에는

버스와 승용차, 오토바이 등

다양한 탈 것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오가는 것이다.


나들이 나온 많은 사람들은

광장의 이모저모를 살피며

웃고 이야기한다.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정겹다.


광장을 벗어나

높은 담벼락을 끼고 돌아가면

붉은 색 문이 우뚝 솟아있다.

그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모든 소리가 차분히 내려앉는다.


삼도를 따라

좀더 깊숙이 들어서면

새소리가 들리고

나무의 그윽한 향기가

마음속을 어루만진다.

높은 나무들 사이로

하늘이 살짝 비취는 모습이

일품이다.


그곳은

조용하고 따뜻하게

우리를 맞이한다.


너른 마당이라해도

이상하지 않을 너비의 월대와 영녕전은

방문하는 사람들을

감싸 안아주는 듯

가만히 내려본다.


큰 돌단 위에

붉은 영녕전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한다.

조상들의 혼을 모시고 있음을

뜻모를 이들에게도

전해지는 것이다.


넋을 잃고

그 자태를 보고 있노라면

바쁜 일상도

두고 온 집안 일도

모두 잊게 한다.

이곳에서는

그 어떤 상념도

흩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이곳에

나도 스며든다.


영녕전 뒤에

병품처럼 서 있는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소리를 더한다.

황홀하게 아득해진다.


이런 곳이

서울 한 복판에 있음을

언제나 감탄하고 감사하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종묘를 두고

“한국 사람들은

조상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고 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장소를 갖고 있음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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