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사라지는 원인
봄이되면 꽃은 벌을 기다리고 벌은 꽃을 찾는다. 꽃의 짝은 벌이다. 꽃과 벌은 상생 하며 지구 생태계를 평화롭게 유지해 왔다. 그런데 요즘 그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지구 상에 꿀벌이 없어지면 식물 수정 장애로 번식이 어려워지며, 식량 생산에까지 타격을 받아 인류의 생존에도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아인슈타인은 경고하였다.
살아있는 식물체는 번식을 위해 꽃을 피우고 수정을 한다. 농작물도 성숙하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데 수정이 잘 이뤄져야 정상적인 과일로 생장한다. 그렇지 못하면 종자 번식능력이 없거나 씨가 없는 열매가 된다. 품질 좋은 농산물의 수확을 위해서는 이 같은 수정 단계가 중요한데 벌이나 나비 등 곤충이 절대적인 기여를 해 왔다.
식물체의 꽃은 중심부에 암술 대가 있으며, 그 주위에 수술들이 꽃가루로 둘러싸고 있다. 꽃가루는 바람에 날리거나, 벌 또는 나비의 몸에 묻어 암술머리에 자연스레 옮겨져 수정이 된다. 이때 꿀벌의 역할이 가장 효과적이어서 봄철 꽃 피는 시기에는 벌이 많이 날아들기를 농민들은 바란다. 특히 비닐하우스에서 자라는 딸기, 수박, 참외나 과수들은 아예 벌통을 구입하여 며칠간 풀어놓으면 수정된 탐스러운 열매를 맺게 된다. 그래서 농민들에게 꿀벌은 없어서는 아니 될 중요한 생명체 들이다. 꿀벌이 없다면 사람이 작업해야 하는데 인건비 부담으로 농사를 포기해야 할 정도가 된다.
최근 전남, 경남 등 남부 지방에서 시작되어 충청과 경기를 거쳐 강원도까지 꿀벌 수십억 마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아우성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2022년 3월 전국의 양봉 20% 정도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양봉 농가들은 벌들이 겨울을 잘 넘기기 위해 먹이를 넣어주거나, 추위에 얼어 죽지 않게 보온덮개를 씌운다. 벌들이 겨울을 무사히 잘 넘기느냐가 양봉농가에게 성공 여부가 달렸다. 아무리 정성을 쏟아도 겨울을 지나면서 개체 수가 줄어드는데, 지난겨울은 그 피해가 예년의 정도를 훨씬 넘은 것이다. 몇 년 전에도 토종벌이 '낭충봉화 부패병'으로 전멸하다시피 했는 데다, 지난 2년간의 양봉업도 흉작이어서 농가에게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양봉 농가들은 봄철 아카시아나 밤, 유채 꽃을 따라 남에서 북쪽 지방으로 이동하면서 꿀을 채취했다. 예년의 경우 남부 지방에서 꽃이 피기 시작하면 개화시기가 일정한 간격으로 북상하여 꽃을 따라 이동하면서 꿀을 채취할 수 있었다. 근래에는 전국에서 거의 동시에 피었다가 지므로 이동할 여유가 없게 되고 말았다. 벌통을 이동할 때는 트럭에 싣고 밤에만 이동해야 한다. 밤새 이동하여 새로운 장소에 옮겨두면, 벌들은 다음날 아침 꽃을 찾아 나갔다가 같은 장소로 돌아오는 습성이 있다. 벌통을 낮 시간에 옮겨놓으면 벌들은 그 자리를 찾지 못하여 돌아오지 못한다. 그래서 양봉 농가는 꽃이 많은 지역으로 야간에 이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꿀벌이 사라진 주요 원인은 이상 기후로 보고 있다. 꽃이 일찍 피면서, 월동 중이던 꿀벌들이 계절을 착각해 밖으로 나왔다가 변한 기후에 적응을 못해 죽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벌집에는 여왕벌과 애벌레 그리고 꿀을 따오는 일벌들이 있는데, 밖에 나간 일벌이 돌아오지 못해 모두가 폐사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이 외에도 농약중독, 병해충 피해, 봉군관리 부족 등 원인이 있다. 양봉협회에서는 금년 봄 전국적으로 꿀벌 70억 마리 이상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벌통 한 개에 2만 5천 마리가 정상인데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벌통 하나 임대료가 10만 원이 40만 원으로 올랐으며 그나마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과수농가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까지 올 수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달콤한 꿀은 전 세계인들이 애용하는 자연식품이다.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여 인간에게 활력을 주며, 풍부한 항산화 성분으로 심장마비와 뇌졸중 예방 효과도 알려졌다. 당뇨환자에게 설탕보다 좋은 것으로 사용되며, 혈압을 저하시키는 효과도 있다. 또한 인간의 피에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낮춰주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높여주는 효과도 입증되었다. 이 외에도 화상과 상처 치유에도 좋은 기능이 있으며, 한의학에서는 봉침의 효능을 다양하게 연구하고 있다. 이 세상에 벌이 없어진다면 이처럼 훌륭한 천연 자연식품을 먹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구 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농작물도, 사람도 사라질 것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경고가 기우이기를 바란다. FAO에서는 '꿀벌이 없어지면 세계 100대 농산물 생산량이 29%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꿀벌이 사라지면 양봉업의 붕괴에 이어 2차, 3차 연쇄 피해가 우려되는 것이다. 꿀벌의 피해를 줄여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농약 사용 억제와 드론을 이용한 인공수분 작업,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 예방, 벌의 천적인 말벌 퇴치, 쥐의 피해 예방 등 대책에 고심하고 있다. 양봉 농가에서는 꿀벌 입식자금을 지원해 줄 것과 진드기 예방 등의 친환경 농약지원을 바라고 있다. 또한 이상기후에 따른 재해 보상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신 정부에서는 양봉 농가와 꿀벌에 의존하는 농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강구해야 할 때이다. 해마다 봄이 오면 꽃과 벌이 우리에게 삶의 활력과 즐거움을 주는 그런 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