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하며 지혜로운 옛 어른들의 겨울 이야기를 하였다
찬 바람이 불어오더니
눈이 내린다
김장 재료들을 손질하며 창밖을 보았다
어제의 붉은 단풍들은 사라졌다
오늘의 겨울은 어제의 가을 이 되었다
눈과 함께 찬바람이 불자
빨갛게 익어가던 예쁜 홍시들이 추위에 떨며 쪼그라들었다
가을이 겨울바람에 떠밀려 힘 없이 나뒹군다
앙상한 가지만 남 긴 채,
붉은 고동색의 홍시들이 하늘 가지 사이에서 겨우 '아슬아슬' 버티며 매달려 있었다
까치들도 추운가 보다 서로의 몸을 비비며 나뭇가지 사이에서 그들의 날개깃에 몸을 움츠리고 있구나
겨울 첫추위 찬 바람에 생명체들은 겨우 낮은 숨을 몰아 내쉬며 허덕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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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했어요?"
만나는 사람들마다 하는 첫인사말이 되었다
김장철은 김장철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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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상치 못했던 기온의 급! 강! 하!
첫눈이 기습적으로 내렸다
예방 주사 두 대 를 연달아 맞았는데도
나의 육신은 그들의 새 로운 바이러스의 침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열은 없지만 목이 잠기고 기침과 콧물이 보름동안
나를 괴롭혔다
결국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골고루 잘 드시고 면역력을 키우세요"
"습도 조절을 위해서 가습기를 틀고
따뜻한 물을 자주 드세요"
수액주사를 맞고 집으로 돌아와서
나도 나의 겨울을 향하여 말을 하였다
"난방을 따습게 하고 김장을 해야지
그래야 안심하고 겨울을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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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서리가 내리고 겨울이 시작되면
나는 매년 습관적으로 김장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왠지 힘에 부친다
"이번 겨울은 김장을 하지 말고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그냥 버텨 봐?"
"섭섭하니까 배추겉절이 만 조금 할까?"
"한국 사람이 김장을 안 하면 겨울이 겨울 같지가 않을 거야" 혼자 말로 넋두리를 하며 김장시장을 둘러보았다
육체노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결국 배추는 절임배추를 사기로 하고 돼지보쌈, 두부, 오징어, 생굴, 한 움큼씩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옛 어른들이 하던 방식과 관습대로
찹쌀풀을 쑤고 다진 마늘 다진생각과 고춧가루, 까나리,
새우. 멸치액젓으로 김칫소를 만들고 김장배추겉절이를
하였다 무채를 썰고 있는데 딸네 가족이 김장을
도우려고 왔다
아직은 초등생인
어린 손주들이 쪽파를 썰고. 갓도 썰었다
어른들이 하는 배추에 김칫소를 버무리고 몸으로 익히며 즐거워하였다
올해는 김장을 안 하려고 생각했으므로 재료 준비를 조금만 했는데 손주들이 즐겁게 그들의 노동을 보태어주었다
참 신기하다 아가들이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올해 들어 유난히 많이 자란 느낌이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첫눈 오는 날의 김장을 그들도 영원히
잊을 수는 없을 거야 "
김치를 버무리는 동안
나는 상을 차렸다
한상차림의 김장겉절이 음식들은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더욱
굳건하고 정겹게 이끌었다
올해는 겉절이 수준의 김장을 담갔지만 역시 전혀 안 하고 지나가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담그기를 잘했구나 싶었다
"햇 재료로 버무리고 가족들이 힘을 모아 함께해서 그런가?"
너무 싱싱하고 맛있었다 꿀 맛 이 따로 없었다!
오랜 몸살감기로 몸에 짜증이 달아나니 기분이 째지게 좋았다
생굴, 돼지보쌈, 배추겉절이. 데친 통오징어
두부구이는 환상의 김장철 겉절이의 조합이었다
첫눈 오는 날
삼대(三代)가 함께하는 김장을 하며 지혜로웠던
옛 어른들의 겨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겨울 김장 숙제를 끝낸 한국 어머니들의 즐거운 한호의 합창소리가 들려오는 듯하였다
이제는 나도 모르게
내가 나보다 더 어린 사람들에게 전수해야 하는 일로
그렇게 옛 어른들이 전통을 지키며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겨울이 오면 김장을 해왔던 것처럼 매년 연례행사가 돼버린
옛 날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김장 이야기, 웃어른들께로부터 전수받은 비법들을
몸으로 보여주고 이야기로 풀어내며 다음 세대에게
최대한 전해주기 위해 나름대로 전달하고 있었다
한국사람들의 아름다운 전통!
김장을 한다 는 것 !
어린 손자들에게 배추에 김칫소를 버무리며 지역마다 집안마다 다 다르고 다양한 한국사람의 입맛과 다양한 김치들의 종류등ᆢ우리나라김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우리 가족들의 입에 맞는 맛을 보여주었다
다들 맛있게 겉절이와 보쌈을 먹었다
12월 한 달간은 좀시원 하고 덜 맵게 간을 맞추었다
1,2.3월로 갈수록 액젓을 조금씩 더 넣어 배추를 버무렸다
김장을 담그며 우리는 좀 귀찮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삼대(三代)가 함께 모여 지나온 겨울날의 김장을 통해서
한국인 고유의 '정(情) 문화(文化)'를 느끼게 되었다
창 밖에 내리는 겨울의 하얀 첫눈이
우리들의 가족 연례행사(김장 담그기)를 축복해주고 있는 듯하였다
"아~드디어 겨울 숙제가 끝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