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랜만에 배추 전을 부쳤다

종이상자 택배가 도착하였다

by 영롱한 구슬

" ~똥~"

딸네 집에

사돈네 배추 한 통과 조막 만 한 무 다섯 개와

마늘 한 접, 땅콩 대접 한 봉 지정도가 먼저 도착하였다

너무 귀엽고 웃긴 라면 박스 상자 속에 꼬깃꼬깃 신문지를 돌돌 말아서 포장하여 보낸 텃밭 가을걷이로 직접 손수

씨 뿌리고 재배하고 가꾼 사돈댁의 가을걷이가 도착한 첫추위 - 1 °C 의 첫서리가 내리는 겨울아침이었

종이라면상자 속에 담아져 그들의 아들 손자, 며느리 가 사는 아파트로 보내왔다

야무지게 포장한 신문지 속의 텃밭 알맹이들을 꺼내 보니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사돈부부의 소박하며 작고 귀여운 정성들이 야무지게도

옹기종기 종이라면 상자 속에 앙증맞게 모여 있었다

마늘 한 접은 마늘장아찌를 담그고 무와 배는

깍둑 썰어서

깍두기를 만들었다

배추 한 통은 반을 갈라서 아들(사위)이 좋아하는 배추 전을 부쳐 먹였다

나머지 반통은 배춧국이 제격이었다

늦가을날 손주들에게 보내주는 텃밭가을걷이 음식들을 보면서 부부교사로서 정년퇴직을 하고 아파트단지 옆 텃밭에서 때 늦은 농부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사돈부부

텃밭을 상상해 보았다

교육을 일 년의 농사로 비유하며 그들은 손주들에게 교육자로서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싶어

텃밭농사를 지어 종류 대로 조금씩 순서 대로 보내 주었다

마늘 한 접을 먼저 보내 주고

그다음 배추 양배추 무 고구마 한 봉지등을 골고루 섞어서

종이라면박스에

신문지로 돌돌 말아서 끈으로 묶어 포장하여 그들의 아들 손자와 며느리 이름으로 보내왔다


햇고구마를 삶아서 껍질을 까서 깍두기를 얹어 먹을 때

우유를 한잔 곁들여 먹어 보았

무로 깍두기를 담글 때 사돈텃밭의 햇마늘을 넣으니

한결, 감칠맛 이 났고 고구마도 알맞게 익어서 학교에서 돌아온 손자에게

먹여 보았다 Good!

나머지는 신문지로 말아서

통째로 사돈의 며느리 냉장고 야채실에 보관해 두었다

마늘 한 접 중 절반은 깨끗이 씻어서 채에 바쳐 물기를 빼낸 후 통째로 매실과 간장을 부어 마늘장아찌를 담갔다

하루 상온에서 숙성 후 김치냉장고에 넣어 두어 먹도록 해두었다 보름이 지나 배추 전과 함께 먹어보니

맛이 기가 막힌다

감칠맛이 난다

말 그대로

" 맛이 장난이 아니다"

입맛 없을 때 북엇국에 흰쌀밥 말아서 마늘 짱 아지 한두 통 꺼내어 틈틈이 까먹으면 겨울건강보양이 된다


나는

그들의 착실한 정년 퇴임교사부부의 겨울 막바지 가을걷이선물을 받아서 딸네 집에서

밑반찬을 만들어준다

건강식이고 교육 철학이 깃든 부분이 있어서

그렇게 하고 있다

"오늘은 손주가 일찍 하교하면 마늘장아찌밑간장에 찍어 먹으면 더 달고 감칠맛 나는

텃밭 배추 전을 부쳐 주어야겠구나"

대도시의 맞벌이 가정에 어쩌면 귀찮을 수 있는 일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내가 좋아서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어울리는

그들의 정성이 담긴 선물 상자 속에 나의 정성도

함께 나누고 싶어서였다


누구는 손자 봐주지 말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그들과 함께 여서 노년이 더 풍요롭고 즐겁기만 하다


한 때, 우리 부부도 은퇴하면 대도시를 떠나서 전원생활을

꿈꾸며 살아가고 싶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다

맞벌이 딸네부부네 출근과

외손자의 아침밥과 등교를 도와주어야 하므로

그들처럼 전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딸의 경단녀 소리가 듣기 싫어서였을까?"

"그렇지 않다 고 아니 말할 수가 없다"

그냥 막연히 전원 부부들의 삶을 바라보며

가끔 부러울 때가 있다


대도시를 떠나서 살고 싶었던 삶도 잠시 있었기 때문에,

나보다 남편이 그 삶을 무척 더 많이

부러워하고 있었다


올 가을에도

안사돈께서 전화가 왔다

"첫 수확한 귀한 햅쌀을 우리 집으로

보내주신다"라고 하였다

고맙고 감사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