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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쓰홀릭 May 30. 2024

반짝반짝 빛나는 너의 말 #018

원래 그런 애들이 아닌데


봄에 생일을 맞이한 초2 딸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친구를 초대하는 생일파티를 준비해 주었다


인원제한 8명인 파티룸을 빌렸기에

엄마들 없이 친구 6명만 불렀다


김밥 떡볶이 치킨 감자튀김을 메인으로

키링 만들기 보드게임 등을 프로그램 삼아

재밌게 놀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의외로 다양한 취향과 강한 주장을 가진

아홉 살 공주님들을 세 시간 동안 모시는 건

생각보다 훨씬 고된 일이었다


김밥 안 좋아해요

케첩 안 먹어요

산리오 빼고 싶은데요


-노래방 기계 하면서-

내가 먼저야

너는 나중이잖아

힝 - (토라짐)



목소리도 크고 괄괄한 어린이 7명에게

멘털이 탈탈 털렸지만

애니웨이 즐거운 생파를 마무리했고


집에서 기나긴 휴식을 취하고도 한동안 피로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며칠 뒤 하교한 딸과 둘만의 대화


- 친구들이 생파 어땠대?

- 재밌었대!

- 생각보다 친구들이.. 쫌 .. 양보도 안 하고 다투고 그러더라? 목소리도 엄청 크고??


- 아.. 그랬나? 원래 걔들이 그런 애들은 아닌데..

  생일파티가 너무 재밌어서 좀 흥분했던 것 같아.



- 아… 그렇구나.




애를 둘이나 낳고 마흔살이 넘었는데…

아홉 살 딸 앞에서 친구들 흉을 보고 싶었던 나.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닌 모양이다.


오늘도 너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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