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5다209756 판결은 소송대리인인 변호사가 재판 과정에서 의뢰인이나 상대방 당사자와 관련된 개인정보가 포함된 계약서 사진을 증거로 제출한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 불법행위인지, 아니면 소송상 필요한 행위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지 여부를 다룬 사건으로서, 개인정보보호와 소송절차의 충돌이라는 현실적인 법적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판결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제17조, 제18조),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제59조). 그러나 소송이라는 특수한 절차에서는 당사자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각종 계약서, 영수증, 진단서 등 개인정보가 필연적으로 포함된 문서를 법원에 제출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고, 이를 일률적으로 금지할 경우 실체적 진실 발견과 적정한 재판의 실현이라는 사법제도의 본질적 기능이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다. 따라서 문제는 이러한 증거 제출 행위가 언제 정당행위로 인정되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지 여부이며, 이번 판결은 그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실무상 큰 의의가 있다.
이번 사건에서 변호사인 피고는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 개인정보가 기재된 계약서 사진을 서증으로 제출하였다. 원고는 이에 대해 피고가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2호가 금지하는 개인정보 누설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며 위자료를 청구하였다. 원심은 피고의 행위를 개인정보 누설행위로 보고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을 뒤집고 파기환송을 결정하였다. 대법원은 우선 재판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증거로 개인정보가 포함된 문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구체적으로는 개인정보를 수집·보유하고 제출하게 된 경위와 목적, 제출 상대방이 누구인지, 제출 행위가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인지 여부, 개인정보를 가릴 수 있는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었는지 여부, 제출된 개인정보의 내용과 성질, 특히 민감정보 여부, 침해되는 정보주체의 권익과 침해 정도, 다른 방식으로 제출할 수 있었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그리하여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가 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한 행위가 ① 소송행위의 일환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 ② 계약서 사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다른 법익을 침해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는 점, ③ 계약서에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 개인정보가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건강정보나 정치적 성향 등 민감정보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 ④ 법원에 제출된 개인정보가 소송과 무관한 제3자에게 제공될 위험성이 크지 않다는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심이 이를 불법행위로 본 것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이유에서 파기환송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첫째, 개인정보보호법의 목적과 사법절차의 기능 사이에서 균형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주체의 권리 보호를 위해 강력한 규제를 두고 있으나, 모든 개인정보의 제공이나 제출을 금지한다면 재판 과정에서 사실인정과 권리구제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충돌을 해소하기 위해 소송행위로서의 증거 제출은 원칙적으로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여, 변호사나 당사자가 위축되지 않고 증거를 제출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였다.
둘째, 판결은 정당행위 인정 여부에 관한 구체적 판단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실무에서 불필요한 위법 논란을 줄이고 예측가능성을 높였다. 개인정보 제출자가 그 제출 행위가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 범위였는지, 비실명화 등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었는지, 제출된 정보의 성질과 침해의 정도는 어떠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기준은 앞으로 개인정보와 관련된 소송행위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침이 될 것이다.
셋째, 이번 사건은 변호사의 직무 수행과 관련된 윤리적·실무적 함의도 가진다. 변호사는 의뢰인을 대리하면서 다양한 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지닌다. 따라서 단순히 소송에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개인정보를 그대로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비실명화나 마스킹 같은 최소한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원본을 제출해야 하는 경우에만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변호사들에게 그러한 주의의무를 환기시키면서도, 동시에 직무 수행이 부당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정당행위의 범위를 넓게 인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대법원 2025다209756 판결은 개인정보보호법의 엄격한 규율과 소송상 증거제출의 필요성 사이에서 합리적 조화를 시도한 판례로서, 소송대리인뿐만 아니라 법원 실무 전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향후 재판 과정에서 제출되는 각종 문서에 포함된 개인정보 처리 문제에 있어, 단순히 법 조문에 따른 형식적 위법 판단을 넘어 사회상규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법률가와 당사자 모두가 참고할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