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내일

by 밀크씨슬

소녀는 노을이 지는 풍경을 좋아했다.

해가 저 먼 산 뒤로 천천히 사라지는 모습이
오늘 하루 고생했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해 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창가에 앉아
멀어져 가는 석양을 조용히 바라보곤 했다.



노을은 언제 봐도 신비로웠다.
한낮엔 뜨겁고 눈부셔서 쳐다보기도 힘들었던 태양이,
이 시간만 되면 인자하게 빛을 거두고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하듯 저 산 뒤로 스며들었다.

물론 해가 완전히 지고 나면
어두운 거리와 산이 조금 무서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내일이면 다시 해가 떠오를 걸 알기에
그 두려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ChatGPT Image 2025년 7월 29일 오전 10_56_02.png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소녀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태양은 왜 뜨고 지는 걸까?
물론 노을이 예쁘긴 하지만, 계속 떠 있으면
쉬지 않고 활동할 수 있을 텐데...’

그러자 곁에 있던 야옹이 슬그머니 말했다.

“밤은 죽은 것들을 위한 시간이야.
낮은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한 시간이고.”

소녀가 고개를 갸웃하자, 야옹은 꼬리를 흔들며 덧붙였다.

“거리도, 산도, 강도, 바다도,
조약돌까지도 밤이면 쉬어야 해.
그들은 밤마다 자기들만의 언어로 서로 소통하거든.
우리가 잠드는 건, 그 조용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야.”

"그리고 풍경이 아름다운건 밤에는 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



소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 멀리 노을이 친절하게도 서서히 저물고 있었다.

소녀는 해가 완전히 지기 전,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속에 담았다.

그리고 그 따뜻한 풍경을 떠올리며

행복하게 잠에 들었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16화병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