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나를 보더니 밝게 미소 지으며떡볶이가 먹고 싶단다. 아이는 친구들과 분식집을 다니게 된 이후부터 떡볶이를 거의 매일 먹고 싶어 한다. 집에서 내가 만들어 준댔더니 학교 앞 분식집에서 먹고 싶단다. 학교 앞 분식집으로 갔다. 초딩 3학년에게 떡볶이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갈망 같은 거니까.
학교 앞 떡볶이 가게를 최초로 개업한 이는 누구였을까. 아이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신기한 것은 내가 어릴 적 학교 앞 분식집과 30여 년이 흐른 지금, 아이가 다니는 학교 앞 분식집은 분명 다른 가게인데 같은 맛이 난다는 거다. 이쯤 되면 떡볶이 맛의 분류가 새로 추가되어야 할 것만 같다. 그 맛의 명칭은 이런 것이 돼야겠지.
"학교 앞 떡볶이맛"
떡볶이가 없이 초딩들을 논하지 마라!
초딩들의 소울푸드 떡볶이.
떡볶이는 어떻게 초딩들의 소울푸드가 되었을까?
내경험으로 생각해 보면 이렇다.
사회경제적 측면과 정서적 측면으로 나누어서 말해보자면, 먼저 사회경제적 측면.
우리 때는 떡볶이 한 그릇이 300원에서 500원 사이었으니 초딩들의 용돈범위를 넘지 않았고, 초딩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매운 듯 안 매운 듯 묘하게 맵고, 달달한 맛이 초딩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으며, 엄마 몰래 사 먹고도 안먹은 척 시치미를 떼고 집에 가서 또 저녁밥을 먹을 수 있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포만감에 있었다.
자~ 이제 어떻게 떡볶이는 초딩들의 소울푸드가 되었는가 정서적 측면.
학교 앞 분식집은 초딩들의 세계가 통하는 아지트였다.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이
학원 일정이 많이 없었던 우리 시대에는 학교가 끝나면 곧장 학교 앞 분식집으로 갔다. 떡볶이를 먹으며 "오늘수업이 끝났다"는 자유에서 오는 해방감을느꼈다. 보호자 없이 가도 내쫓기는커녕, 어린이들을 열렬히 환영해 주는 유일한 식당 (비록 떡볶이만 팔지라도)이니 자기들끼리 가는 독립에서 오는 쾌감이 있었으며, '나쁜 말 쓰지 마라'는 어른들의 잔소리를 피해 행동의 구애됨이 없이 자기들의 언어로, 자기들의 관심사를 은밀하면서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임의로움이 있었다. 그런 아지트에 초딩들의 정서가 담겨 있었으니 아지트에서 먹는 떡볶이가 초딩들의 소울푸드가 될 수밖에.
음식맛은 혀에서 느껴지는 것이 극명한 사실임에도
"정서"라는 조미료가 들어간 맛은 어떤 귀한 조미료나 향신료를 사용해도 그 맛을 이길 수가 없다.
내가 집에서 만들어 주는 것보다 "학교 앞 떡볶이"를 먹고 싶어 하는 아이를 봐도 그렇고,
내가 집에서 해 먹어 봐도 학교 앞 분식집에서 먹었던 그 맛이 안 나는 걸 보면
"학교 앞 떡볶이" 맛은 혀로만 느낀 것이 아니라, 학창 시절만의 정서가 모든 감각에 새겨져 온몸으로 맛을 느꼈던 게 아닐까.
맛과 정서가 섞인 맛, 먹는 동시에 추억이 떠오르는 맛. 우리 모두가 초딩시절을 거쳐왔기에 그 시절이 그리워 떡볶이는 국민음식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큼은 계산적이고, 얼마큼은 바쁘고, 얼마큼은 걱정이 많고, 얼마큼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내가 어린 시절 학교가 끝난 후 시간에 쫓기는 속박도 없이, 걱정도 없이, 내가 가진 적은 돈으로도 친구와 함께 먹을 수 있어서, 웃고, 장난치며 별스럽지 않던 그 수다들이 그리워서 오늘의 나도 떡볶이를 먹는지도 모르겠다.
초밥 맛을 알게되는시기, 청국장 맛을 알게되는 시기가 있듯 지금 내 아이는 학교 앞 분식집의 떡볶이맛을 느끼는 시기. 매운 듯 안 매운 듯 묘한 매콤달달한 그 맛을 아는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 시기를 지나 너도 어른이 될 것임을 알기에 마주 앉은 아이의 입속에 떡볶이를 살며시 넣어주었다. 입 한켠에 떡볶이 소스를 묻히며 받아먹는 아이의 얼굴에서 어릴 적 내 모습이 희미하게 비쳤다.
이 소식에 울고불고 난리난 아이들. 동네는 울음바다가 되었는데요. ^^ "만나 떡볶이"를 포기할 수 없는 두 아이는 이사 간 "만나 떡볶이"를 향해 용감한 모험을 시작합니다.
"무시무시숲"을 지나고 , "마녀탕"을 건너 , "악마의 입"을 통과해야 도달하는 "만나 떡볶이" .
과연 두친구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모험을 무사히 마쳐 "만나 떡볶이"를 먹을 수 있을까요?
떡볶이를 향한 아이들의 무한 사랑을 유쾌하게 그려낸 그림책. 재미200%보장.
무시무시한 숲, 마녀탕, 악마의 입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그림책으로 확인해보세요.^^
아이가 6살때 이책을 함께 보고 그림도, 내용도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는데요. 떡볶이를 사랑하는 우리 초딩들, 이 그림책에 더 공감할 수 있을것 같아요. 아이들의 유쾌한 상상력과 우정, 그리고 떡볶이를 향한 열정이 딱 저희 아들 모습 같아서 이 책이새롭게 보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