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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지령 Aug 23. 2023

떡볶이는 어떻게 초딩들의 소울푸드가 되었는가?

떡볶이

아이가 수영이 끝나고 차량에서 내릴 시간인데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헐레벌떡 우산을 들고 하차하는 장소로 마중을 나갔다.

아이는 나를 보더니 밝게 미소 지으며  떡볶이가 먹고 싶단다.  아이는 친구들과 분식집을 다니게 된 이후부터  떡볶이를 거의 매일 먹고 싶어 한다. 집에서 내가 만들어 준댔더니 학교 앞 분식집에서 먹고 싶단다. 학교 앞 분식집으로 갔다. 초딩 3학년에게 떡볶이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갈망 같은 거니까.


학교 앞 떡볶이 가게를 최초로 개업한 이는 누구였을까. 아이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신기한 것은 내가 어릴 적  학교 앞 분식집과 30여 년이 흐른 지금, 아이가 다니는 학교 앞 분식집은 분명 다른 가게인데  같은 맛이 난다는 거다.  이쯤 되면 떡볶이 맛의 분류가 새로 추가되어할 것만 같다. 그 맛의 명칭은 이런 것이 돼야겠지.

"학교 앞 떡볶이맛"


떡볶이가 없이 초딩들을 논하지 마라!

초딩들의 소울푸드 떡볶이.

떡볶이는 어떻게 초딩들의 소울푸드가 되었을까?

내경험으로 생각해 보면 이렇다.

사회경제적 측면과 정서적 측면으로 나누어서 말해보자면,  먼저 사회경제적 측면.

우리 때는 떡볶이 한 그릇이 300원에서 500원 사이었으니 초딩들의 용돈범위를 넘지 않았고, 초딩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매운 듯 안 매운 듯 묘하게 맵고, 달달한 맛이 초딩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으며, 엄마 몰래 사 먹고도 안 먹은 척 시치미를 떼고 집에 가서 또  저녁밥을 먹을 수 있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포만감에 있었다.


~ 이제 어떻게 떡볶이는 초딩들의 소울푸드가 되었는가 정서적 측면.

학교 앞 분식집은 초딩들의 세계가 통하는 아지트였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이

학원 일정이 많이 없었던 우리 시대에 학교가 끝나면 곧장 학교  앞 분식집으로  갔다. 떡볶이를 먹으며 "오늘수업이 끝났다"는 자유에서 오는 해방감을 느꼈다. 보호자 없이 가도 내쫓기는커녕, 어린이들을 열렬히 환영해 주는 유일한 식당 (비록 떡볶이만 팔지라도)이니  자기리 가는 독립에서 오는 쾌감이 있었으며,  '나쁜 말 쓰지 마라'는 어른들의 잔소리를 피해 행동의 구애됨이 없이 자기의 언어로, 자기들의 관심사를 은밀하면서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임의로움이 있었다. 그런  아지트에 초딩들의 정서가 담겨 있었으니 아지트에서 떡볶이가 초딩들의 소울푸드가 될 수밖에.


음식맛은 혀에서 느껴지는 것이 극명한 사실임에도

 "정서"라는 조미료가 들어간 맛은 어떤 귀한 조미료나 향신료를 사용해도 그 맛을 이길 수가 없다.

내가 집에서 만들어 주는 것보다  "학교 앞 떡볶이"를 먹고 싶어 하는 아이를 봐도 그렇고,

내가 집에서  해 먹어 봐도  학교 앞 분식집에서 먹었던 그 맛이 안 나는 걸 보면

"학교 앞 떡볶이" 맛은 혀로만 느낀 것이 아니라,  학창 시절만의 정서가 모든 감각에 새겨져 온몸으로 맛을 느꼈던 게 아닐까.

맛과 정서가 섞인 맛, 먹는 동시에 추억이 떠오르는 맛. 우리 모두가 초딩시절을 거쳐왔기에 그 시절이 그리워  떡볶이는 국민음식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은 계산적이고, 얼마큼은 바쁘고, 얼마큼은 걱정이 많고, 얼마큼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내가  어린 시절 학교가 끝난 후 시간에 쫓기는 속박도 없이, 걱정도 없이, 내가 가진 적은 돈으로도 친구와 함께 먹을 수 있어서, 웃고, 장난치며 별스럽지 않던  그 수다들이 그리워서 오늘의 나도 떡볶이를 먹는지도 모르겠다.


초밥 맛을 알게되는 시기, 청국장 맛을 알게되는 시기가 있듯 지금 내 아이는 학교 앞 분식집의 떡볶이맛을 느끼는 시기.  매운 듯 안 매운 듯 묘한 매콤달달한 그 맛을 아는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 시기를 지나 너도 어른이 될 것임을 알기에 마주 앉은 아이의 입속에 떡볶이를 살며시 넣어주었다. 입 한켠에 떡볶이 소스를 묻히며 받아먹는 아이의 얼굴에서 어릴 적  내 모습이 희미하게 비쳤다.




*  엄마의 그림책

어떡해요~학교 앞 떡볶이가게  "만나 떡볶이" 가게가 이사를 간대요.

이 소식에 울고불고 난리난 아이들. 동네는 울음바다가 되었는데요. ^^ "만나 떡볶이"를 포기할 수 없는 두 아이는 이사 간 "만나 떡볶이"를 향해 용감한 모험을 시작합니다.

"무시무시숲"을 지나고 , "마녀탕"을 건너 , "악마의 입"을 통과해야  도달하는  "만나 떡볶이" .

과연 두친구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모험을 무사히 마쳐  "만나 떡볶이"를 먹을 수 있을까요?

떡볶이를 향한 아이들의 무한 사랑을 유쾌하게 그려낸 그림책. 재미200%보장.

무시무시한 숲, 마녀탕, 악마의 입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그림책으로 확인해보세요.^^

아이가 6살때 이책을 함께 보고 그림도, 내용도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는데요. 떡볶이를 사랑하는 우리 초딩들, 이 그림책에 더 공감할 수 있을것 같아요.  아이들의 유쾌한 상상력과 우정, 그리고 떡볶이를 향한 열정이 딱 저희 아들 모습 같아서 이 책이 새롭게 보였거든.^^

오늘은 저희 아들과 이책을 다시 봐야겠습니다.

떡볶이 사랑에 공감하며 함께 웃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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