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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지령 Sep 15. 2023

누군가의 다정함으로 오늘을 무사히 보낸 것이라면

다정함에 대하여

어느 날이었다. 아이와 함께 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을 걸어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와 함께 점심을 먹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걸어가기는 애매한 거리라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아이는 더워했고, 나도 이것저것이 담긴 꽤 무거운 가방을 들고 있었기에 버스를 타고 싶었다. 버스도착시간을 알려주는 앱열어 확인해 보니 버스 곧 도착. 1분 거리에 있는  버스정류장을 향해 우리는 발을 묶고 달리는 ‘2인3각 달리기’를 하듯, 둘이 손을 잡고 마구 뛰었다. 이제는 아이보다 달리기가 느린 나를 이끌 듯  아이는 엄마 손을 꼭 잡아주며 버스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전력질주를 했다. 버스기사는 아이손에 이끌려가는 아줌마의 처절한 몸부림을 분명히 봤음에도 홀연히 떠나버렸다. 우리는 허탈한 마음에 다음 버스시간을 확인했다. 대중교통환경이 열악한 신도시의 비애. 다음 버스는 1시간 뒤. 우리는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신나게 버스기사 뒷담화를 하면서.


다른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지인들과 모임을 갔다가 갑자기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다. 식사를 하러 가는 사이 갑자기 쏟아지는 빗방울에 당황스러웠다. 우리는 점심을 먹으려고 작은 국숫집에 들어갔다. 비는 어찌하든 간에 우리는 맛있게 국수를 먹었다. 국수를 먹는 동안 갑자기 내렸던 비가 금방 그칠 줄 알았더니 빗방울은 더 굵어질 뿐 그칠 기미가 없었다. 국수를 다 먹고 나가려고 하자 국숫집 사장님은 우산을 빌려주겠다면서 우산을 찾아 건넸다. 좋은 건 아니라며 천천히 갖다 달라는 배려의 말을 덧붙인 채. 상반되는 일을 겪으면서 나는 깨달았다. 다정함이란 돈이 도 아니면서 돈을 쓰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고. 마음을 쓴다는 것은 얼마나 어렵고 감사한 이던지.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비를 맞든, 말든이 아니라 저 사람이 비를 맞지않기를 바라는 마음.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다정함을 베푼 적이 있다. 그날도 버스정류장에 아이와 함께였다. 우리는 버스를 기다리며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있었고 우리 옆에는 중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음악을 듣는 듯,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여학생은 버스 도착 알림 전광판을 확인하더니 가방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는 갑자기 당황하더니 안절부절못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마도, 버스카드나, 현금이 없는 모양이었다. 옆에 같은 학교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있었는데 여학생이 그 남학생에게 사정을 말하고, 돈을 빌리려는 것 같았으나 남학생은 도와주지 못했다. 나는 그 여학생에게 가만히 다가가 얼마가 필요한 거냐고 물었다. 여학생은  천 원이라고 했으나 나는 정확히 중학생 요금이 얼마인지  모를뿐더러 요금이 천 원이 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넉넉히 이천 원을 주었다. 그 여학생은  버스에 올라타고서도 감사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때 내가 그 아이에게 돈을 건네며 바랬던 것은 저 아이가 무사히 집에 잘 갔음 좋겠다...그리고 내 아이가 혹시라도 저런 상황을 겪게 되면 내 아이에게도 도움을 주는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아직은 좋은 어른들이 있고, 그런 도움으로 사람의 친절을 믿고, 세상을 긍정 했으 하는 마음.


우리 모두는 어쩌면 누군가의 다정함으로 무사히 오늘을 보낸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다정하게 살아가고 싶어 진다.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워준다면 아이는 눈물을 그치고  다시 걸을 것이고 , 길을 는 사람에게 잠시 멈춰 길을 알려준다면 그 사람은 목적지에 무사히 도달할 것이다. 곧 도착할 버스를 향해 엄마와 함께 달려오는 아이를 기다려준다면 엄마는 무거운 짐을 덜고 어린아이는 다리를 잠시나마 쉬면서 행복하게 집에 도착했겠지. 식당에서 맛있는 식사를 고 나오면서  "잘 먹었습니다" 인사 한마디를 건네면 사장님도 힘을 얻어 손님들에게 다정할 것이다.  다정이 가진 힘은 어쩌면 그 행위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로 인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아직 악보다는 선으로 "살아갈만한 세상"임을 믿는 것. 그 믿음으로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우리가 다정할 이유는 "믿음"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 엄마의 그림책

이 그림책의 글작가 '필립 C. 스테드'그림작가 '에린 E. 스테드'는 부부예요. 연필로 그린 그림은 세밀하지만 화려한 색채를 쓰지 않아서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동물원에서 일하시는 아모스 할아버지는  정말 다정하지요. 다른 일이 많지만 동물친구들을 방문하는 일을 거르지 않거든요. 수줍음이 많은 펭귄옆에 묵묵히 함께 있어주고, 항상 콧물을 흘리는 코뿔소에게는 손수건을, 어둠을 무서워하는 부엉이에게는 어둠이 내린 뒤에 이야기책을 읽어주십니다. 그런 어느 날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파서 동물원에 못 나오게 되었어요. 동물 친구들은 아모스 할아버지를 기다리다가 찾아가게 되는데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다정함이 오늘을 무사히 살게 합니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다정함이 가슴을 참 따뜻하게 하는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 꼭 만나보세요. 후속작 (아모스 할아버지가 버스를 놓친 날)도 배려와 다정함이 가득한 이야기입니다. 함께 읽어보세요~^^


맛있기로 소문난 쌍둥이 할매식당은 늘  문전성시를 이루는데요. 어느 날 식당 안을  몰래 본 곰이 밤에 곤히 잠든 할머니들을 둘러업고는 사라져 버렸어요. 알고 보니 곰의 아내와 아이들이 심한 감기에 걸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어서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었던 거였어요. 아픈 가족이 낫길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그랬을까요.  다정한 쌍둥이 할매는 화를 내는 것도 없이 정성을 다해 곰의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요리를 해줍니다.

그 후로  쌍둥이 할매들은 사람뿐 아니라 숲 속 동물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하는데요. 작은 동물들을 위한 작은 테이블이 아기자기 귀엽습니다.^^ 사람도, 다람쥐도 새들도 쌍둥이할매의 다정함으로 모두가 행복합니다.

'우에가끼 아유코'의 그림은  사십 대인 제가 어릴 때 봤던 TV만화의 사랑스러운 그림체를 닮았어요. 다정한 그림으로 다정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이야기보다 그림에 반해서 이 책을 구매했다는 건 안 비밀~^^


저와 아이는 이범재 작가님의 그림책을 너무나도 사랑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은 <누구지?>그림책이예요. 따뜻하면서도 놓치지않는 유머가 숨어있거든요.^^

눈이 쌓인 숲길. 토끼는 눈길에 친구들이 넘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눈길을  씁니다.

집으로 돌아와보니 세찬 겨울 바람에 토끼집의 문이 떨어져 덜렁덜렁 흔들리네요. 문을 고쳐주러 곰이 왔어요. 토끼가 곰에게 고맙다고 말하자, 곰은 토끼의 문이 고장났다는걸 알려준 까치에게 고마워하라고 말합니다. 까치는 여우에게, 여우는 노루에게, 노루는 멧돼지에게 고마워하라고 하는데요. 동물들을 돌고돌아 도대체 어떤 다정함들이 있었던 걸까요?

다정함은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글에 썼는데요. 토끼가 친구들이 눈길에 넘어지지 않기를 바래서 눈길을 쓸었던 행동이 다른동물들에게, 토끼에게  어떤 하루를 보내게 했을까요? 다정함이 모여 모두가 (눈길에 넘어지지 않는) 무사한 하루를 보내고  "살아갈만한 세상"을 만들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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